추억 속 아케이드 게임을 이끌어 온 기술 - 꿈 가득했던 그 시절, 장인의 기술로 되돌아보는 비디오 게임 연대기 1971-1989
마쓰우라 겐이치로.쓰카사 유키 지음, 황영일 옮김 / 비제이퍼블릭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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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유명한 SF소설 '파운데이션'에서는 미래의 우주세계를 얘기하면서 지나치게 거대해진 세계와 기술의 복잡성으로 지식이 퇴보하는 제국을 재건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기술이 극도로 고도화되고 복잡해지면서 기술의 응용적인 측면을 부분적으로 아는 기술자만 존재할 뿐, 기술의 근본적인 원리에 대한 순수 과학은 오히려 퇴보하는 세계를 그리는데요.

너무 극단적인 예를 들긴 했지만, 우리도 IT관련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기술이 지난 몇십년간 극적으로 발달해오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는 면이 있습니다. 성능이 뛰어난 스마트폰과 PC를 잘 활용하고 그래픽이 뛰어난 게임을 즐기지만 그 원리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드물지요. 1990년 초반만 해도 PC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은, CPU나 드라이브 등 기본적인 구조와 원리부터 시작했었지만 이제는 PC의 기본적인 개념은 우리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는데 전혀 효용가치가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뭐 기술이 발달하면서 당연한 측면이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기초적인 원리와 개념에 대해서 알 수 있다면 좀 더 다양한 응용과 발전이 가능하겠지요.


 IT기술의 초기 발전과정과 역사를 통해 그런 기초적인 기술들에 대해 짚어볼 수 있는 책이 나왔습니다. 그것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게임을 통해서. 

 "추억 속 아케이드 게임을 이끌어온 기술"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책인데요. 마쓰우라 겐이치로와 쓰카사 유키라는 일본 작가가 지은 책입니다. 일본인이 쓴 책이라 아무래도 일본적인 관점이 많이 들어가 있긴 합니다만  일본이 게임에 큰 일익을 담당했던 시대이므로 충분한 가치는 있다고 보여지고요.

 이 책에서 다루는 게임들은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아케이드 게임, 즉 흔히 얘기하는 레트로 오락실 게임들인만큼 저처럼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어린 시절 추억까지 떠올리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겠습니다.

 

이 책은  일관되게 특정한 IT 기술의 역사를 다루기보다는 각 게임에서 특징적인 하드웨어나 프로그래밍 기법 등을 자유롭게 기술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1971년 [컴퓨터 스페이스] 캐릭터의 형태로 만든 다이오드 매트릭스 기술에서는 아주 초기의 4비트 CPU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이오드를 사용한 전기회로를 사용해서 화면에 캐릭터를 표시하는 원리를 설명해줍니다.

1977년 [스페이스 워즈]을 통해서는 브라운관에 화면을 표시하기 위한 레스터 스캔와 벡터 스캔의 차이점을 다루고, 예전에 오락실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갤러그] 게임이 나올 수 있던 건 멀티 CPU 덕분이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 외에도 현재의 3D게임의 기본 원리가 되는 광선추적 기술이나 폴리곤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도 쉽게 이해가 가능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 [인베이더]라는 1978년 작 - 어릴 적 문방구에서 정말 열과 성을 바쳐 하던 게임에 관한 부분이었는데요. 위에서 내려오는 우주인 침략자들이 55개였던 건 한 프레임 레이트 때문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 CPU 처리속도가 늦었기 때문에 적을 하나씩 움직일 수 밖에 없었던 방식이 결과적으로 게임의 난이도를 점차 높이는 절묘한 게임 밸런스를 만들어내었다는 사실이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흔히 보기 어려운 주제와 내용의 책이고, 일본 오타쿠적인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는 책입니다. 게임을 좋아하면서 그 원리의 기초적인 부분을 알고 싶은 분들. 어릴 적 오락실에서 수많은 시간을 지낸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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