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 부의 절대 법칙을 탄생시킨 유럽의 결정적 순간 29,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이강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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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역사 전반에 걸친 경제 흐름을 명화 등의 그림과 함께 익히는 <그림으로 베우는 경제사>는 나의 읽기 취향에 딱 맞는 책이다. 어떤 전문가가 집필한 책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제목만으로도 이미 눈길을 끌었고, 이어 소개된 전문가의 이력 또한 20년간 금융계에서 일하고 통섭의 글쓰기를 지향한다는 면에서 마음에 들었다.

총 2부로 구성된 책의 전반부는 올리브,은,소금,맥주,대구,청어,후추,목재,커피,굴 등 다양한 재화를 중심으로 하여 과거 아테네부터 유대인 금융가인 로트쉴트까지의 정보력까지 이어진다. 후반부는 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농업혁명부터 아편전쟁으로 이어지며 금융 도시 홍콩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2부는 우리가 역사를 배우면서 경제 활동을 배우는 관점으로, 이미 교실에서 배우던 익숙한 방법이다. 이 방법은 작가 특유의 필체로 서사 구조에서 독자의 흥미를 놓치지 않는 필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금융계 경험을 바탕으로 저자의 이력이 현재의 국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을 가미한 글들은 경제사를 표방한 글의 경계를 넘어선 재미를 준다.

2부와 달리 재화 중심으로 꾸려진 1부의 이야기는 더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그림에 접목한 루벤스의 창작 스타일을 경제 개념인 분업화와 연결하여 서술한 11장은 그림과 화가를 사랑하는 이로서 이 책에서 가장 꼽고 싶은 내용이기도 하다. 루벤스의 이런 창작 과정을 모르고 그림을 감상했을 때를 생각하니 조금 아쉬운 감이 든다. 물론 기획가로서의 그의 수완은 높이 사지만... 앤디 워홀의 재기발랄한 창의력은 좋아하나 공산품 같은 그의 작품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터라 이 책 덕분에(?) 존경하는 작가군에서 루벤스를 잃는 아쉬움을 맛봤다는 것은 이번 책과 관련된 여담.

이 한 권으로 경제사를 다 익힐 수는 없지만 십대 청소년부터 읽기 좋은 편집으로 구성되어 있고, 경제와 역사, 그리고 명화를 함께 접하면서 경제에 대한 감각과 통찰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으로 참고할 수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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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심리코드 - 정신 분석가가 1만여 상담으로 찾은 여자의 내밀한 속마음
박우란 지음 / 유노라이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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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심리코드도 아닌데 왜 이 책에 눈길이 갔을까?

그림책을 공부하고 싶어 찾은 곳이 심리학을 기저로 깔고 있어서 심리를 가벼이 공부하다 보니 더 호기심이 당겨서가 한 이유이고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류는 주로 정신과의들이 쓴 저서인데 간혹 정신분석에 대한 일화 등을 보며 "만약 내가 받는다면..." 가정을 하거나 프로이트 선생의 이론을 기본으로 한 정신분석이 요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궁금증이 일어서였다.

마지막으로 정신분석을 받은 이들은 어떤 상태에 이를까에도 호기심이 일었다.

"여자는 누구이고 무엇으로 사는가?" 라는 부제도 박우란 저자가 정리한 결핍, 욕망, 사랑, 자존, 자유라는 다섯 단어는 여러 심리 코드 중 어떤 자료를 바탕으로 추출한 것일까도. 아무튼 이 책은 제목부터 나의 관심을 끌기 충분한 책이다.

1만여 상담을 기반으로 한 책이라고 하니 책의 전개는 상담 사례 소개와 저자의 분석을 분류화했을 것이란 예상을 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뜻밖에도 저자의 개인사도 담겨 있어서 흥미로웠다. 수도 생활을 한 의외의 개인사가 사람을 더 차분하고 깊게 분석할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더군다나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도 담겨 있어서 저자의 전작인 <딸은 엄마의 감정을 먹고 자란다>에 대한 관심도 인다. 사실 이 신간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전작의 초반을 살짝 봤는데 무척 흥미로운 사례들로 놀랐다. 이 책 사례에도 그런 흥미로운 점이 많은데, 우리가 무엇 좀 안다고 결정지어 버리는 누군가의 성향이 사실 표면상 드러나는 것 그 이상의 다른 심리적 기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사람이란 참 알 수 없는 복잡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시간이기도 하다. 

저자는 라깡의 언어에 기반한 정신분석 접근을 많이 하고 있다. 참고 도서도 이러해서. 읽으면서 이름만 익숙한 라깡에 대해서 조금 더 제대로 접하면 낫겠다는 곁가지 관심도 넓혀서 좋다. 이미 그 이론에 익숙한 독자라면 더 이해도가 남달랐을 듯싶다. 정신분석 자체가 어렵다는 선입관 탓인지 사례들을 보면서 더 신기루 같이 멀어지는 인식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도전적인 읽기 시간이긴 했지만 전문가의 시각에서 우리네 삶의 정수를 읽어내는 시간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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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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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올해 꽂힌 명구가 있어요. 괴테가 호기롭게 이렇게 얘기했다고 하더군요. 괴테니까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 여기지만요.

예술과 학문을 지닌 자

종교도 가진 것이다

제가 예술 하는 이들을 우러러 보는 이유이기도 하죠.

예술가들을 우러러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분들의 일생을 조금씩 알아가는 시간이 쌓이면서 더 비례하는 것 같아요. <미술관에 간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책을 읽을 때는 특히요. 총 3장으로 구성된 책에는 다양한 미술가와 음악가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요. 음악으로는 베토벤부터 비발디까지, 미술로는 바스키아부터 구스타브 카유보트까지 시공을 오가며 미술과 음악에 대한 전문 지식과 애정을 펼쳐놓습니다.

예술가 스스로 자신의 음악이나 미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도 있지만 대개 그 작품에 감명 받은 작가의 손에 의해 해석되는 글을 우리는 많이 접하죠. 하지만 이 저자처럼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그림과 글까지 쓴다면 더 깊이 있는 해석의 전달이 가능할테니 독자로서 더 신뢰하게 됩니다.

요즘 어학용 교재의 필수 구성품인 QR 코드가 이 책에는 기본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좋아요. 저자의 취향이 담긴 음악을 배경 음악으로 들으며 글 한 편씩 틈틈이 읽는 맛이 색다르죠. 진득하게 앉아서 한 권을 다 읽어도 좋지만, 목차를 보고 그 날의 기분과 손이 가는대로 골라 읽는 단편은 단순해 보이는 매일에 작은 선물 같은 시간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화가들도 소개되어 있어서 해당 그림이 있는 가까운 미술관을 알게 된다면 얼른 찾아가고 싶군요. 무엇보다 하루 나들이로 찾을 수 있는 환기 미술관은 이 책과 함께 기억될 거에요. 최근에 신간을 사면서 표지를 보고 어디서 본 듯하고 독특하다 생각했는데 바로 이 책에도 소개된 박서보 화가의 그림이어서 반가웠구요.

가을 풍광도 이제 절정으로 치닫고 곧 주변이 단조로워질 때 우리가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가장 편하고 좋은 방법은 예술 작품을 통해서겠죠? 이 책이 그 작품을 보는 우리의 시야를 더 풍성하고 깊게 해 줄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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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바꾼 세계의 역사 - 교과서가 생략한 민주주의 역사 이야기 ㅣ 민주주의 역사 시리즈 2
한효석.김대갑 지음 / 노느매기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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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생략한' 제목에 눈길이 먼저 가서 읽게 된 <민주주의가 바꾼 세계의 역사>는 현직 고등학교 역사 교사인 두 저자가 함께 쓴 민주주의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노느매기"라는 독특한 이름의 출판사도 표지에서 궁금증을 일으킨다. 2015년부터 역사 관련한 책을 내놓은 출판사이다. 두 해전 김대갑 저자의 <삐딱하게 보는 민주주의 역사>의 목차를 일별하니 왜 이 책을 두 저자가 함께 냈는지 이해가 됐다. 김 저자의 전작 역시 교과서에 담기지 않을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 독자가 흥미롭게 생각할 영화와 인물, 핵심어로 꾸며져 있다면, 이 책은 많은 학교들이 채택한 어느 교과서를 기준으로 빈약하게 언급된 21회의 민주주의를 아테네부터 현재의 나라들의 면면까지로 다양하게 보여준다.


다수의 책들이 열고 닫는 글로 저자의 집필 의도와 소감을 밝히듯 이 책 역시 셀프 인터뷰 1,2로 이 책을 쓰게 된 전후 사정과 저자들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보통 닫는 글과 달리 꽤 많은 정보와 관점을 담고 있는 셀프 인터뷰 2는 독자 개개에게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해 보라는 요구를 한다. 인용된 학자와 관련 책들이 좋은 책들이 많아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유용한 책 안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일례로 이름정도만 아는 한나 아렌트 학자의 책을 따로 정독해 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저자들의 닫는 글이었다.


민주주의는 진리가 아니라 계속 민주화되어야 할,

그리고 끊임없이 추구되어야 할 어떤 지향이자 경향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딱 한 마디 해본다.

민주주의 시급하다.

<민주주의가 바꾼 세계의 역사>


곧 선거권을 가질 아이와 평소 가벼운 선에서 정치 이야기를 한다. 너무나 이질적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정치색으로 아이는 가끔 놀라기도 하고 성향을 드러내는 학교 친구들 등 여러 주변 사람들을 참고하며 자신의 성향을 고민한다. 이런 아이에게 이 책은 참으로 유용한 안내서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현재 아이는 수험생 처지라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짬이 없지만 이 책을 읽는 내게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 중에 어느 것을 우위에 놓을지를 묻는 등 관심을 보이기에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이 책도 권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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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권리 이야기 - 인간에서 동물로, 로봇에서 바위로 다양한 존재를 껴안는 새로운 시대의 권리론
윌리엄 F. 슐츠.수시마 라만 지음, 김학영 옮김 / 시공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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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권리 역시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변화해 왔다. 인류는 역사 속에서 다양하게 권리를 바꿔왔다, 인간(권력을 가진 자들)의 편의에 맞춰서. 가장 새로운 권리가 나타나는 환경은 역시 혁명과 같은 개벽할 만한 사건을 겪은 이후일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J.F. 케네디 전직 미국 대통령 이름을 딴 하버드 케네디 스쿨 내 인권 정책을 다루는 Carr 센터에서 보직 중인 슐츠와 라만이 함께 집필한 <세상의 모든 권리 이야기>는 인권을 너머 다양한 권리를 모색해 보자고 독자들에게 권한다.

우리 제목과 달리 원서의 제목인 The Coming Good Society: Why New Realities Demand New Rights 에 저자의 집필 의도가 다 담겨있다고 본다. 물론 우리 번역본 부제에 자세히 붙여져 있긴 하다. "인간에서 동물로, 로봇에서 바위로 다양한 존재를 껴안는 새로운 시대의 권리론" 가변하는 권리의 특성과 더불어 권리의 정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자는 저자의 제안과 그들의 생각의 개진에 자연스레 설득된다.

2장부터 마지막 장까지는 부제에 담겼듯 다양한 권리의 면면이 나온다. 무엇보다 1장은 이 책의 핵심이, 저자의 권리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서양 철학의 최고봉으로 꼽는 플라톤과 그 제자도 권리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철학적 배경부터 훑으며 미국의 현대의 다양한 권리 판례로 이어지는 서술은 무척 흥미롭다. 요즘 읽고 있는 자폐 스펙트럼과 그 가족들의 교육권 등 투쟁의 역사가 담긴 <자폐의 거의 모든 이야기>와 미국 유명한 소설가 조디 피콧의 <작지만 위대한 일들>과 교차하는 지점이 많은 책이어서 상호 보완적인 즐거운 독서 시간이 되었다.

같은 학문을 연구하는 이들의 공동 집필의 이점이 잘 드러나는 책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권리를 담은 딱딱한 사회학서이지만 가끔 집필진을 그려 볼 수 있는 단서들도 있다. 전형적인 백인 가정에서 자란 남성과 인도에서 공부하는 여자에 대한 편견을 받고 성장했으나 미국으로 와 자신의 뜻을 세운 인도 여성이 함께 집필했다. 서로 다른 배경의 두 사람이 이 책을 만들기까지의 뜻을 함께 한 모습이 그려지고 둘의 장점이 이 책에 더 잘 녹여진 느낌을 받기도 한다.

처음부터 꼼꼼히 완독하면 제일 좋지만 1장을 바탕으로 관심 가는 권리 소재로 읽어도 좋은 구성이다. 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으로 읽어도 좋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를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필독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두 분의 재치어린 입담도 엿볼 수 있어 때때로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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