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부터 준비하는 우아한 엔딩 - 오래 사는 것이 행복할까? 가치 있는 죽음을 위한 에세이
마츠바라 준코 지음, 신찬 옮김 / 동아엠앤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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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에이징을 부추기는 현대 사회에서 역으로 노화,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1947년생의 연로한 마쓰바라 준코의 <50부터 준비하는 우아한 엔딩>은 안티에이징의 대척점에 서 있다. 저자는 늙지 않으려고 조바심 내거나 수선 피우지 말고,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를 독자에게 고민하자며 여러 현장을 취재하여 이 책에 정리했다. <장수 지옥>이라는 직설적인 원제와 달리 우리 번역본은 “오래 살면 모두 행복할까? 가치 있는 죽음을 위한 에세이”라는 부제목을 달며 섬뜩한 원제를 부드럽게 표현했다. 원제를 썼다면 아마 나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을텐데 출판사의 배려가 고마워진다.

아주 오래 전 TV에서 장수하는 일본의 건강한 노인들을 취재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자신만의 건강 비법을 갖고 오래 사는 분들이 자족하는 일상을 보여줘서 인상 깊었는데 이 책에는 장수하는 노인들의 TV 밖 다른 현실인가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 책을 통하여 일본의 복지 정책과 실태, 무엇보다 그들의 사생관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우리도 이들 못지 않게 죽음을 금기시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몇 해전에 인생 선배처럼 지내는 지인과 여러 이야기를 하다 그 분이 내 말에 놀란 적이 있다. 아이들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며. 아마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즈음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발병, 그리고 헤어짐이 그런 대화를 이끌었을테지만, 그 이전부터 관심 가는 것 중 하나는 노화와 죽음이었다. 100세를 넘기면서 언론에 알려진 김형석 철학자뿐 아니라 이근후 정신과의, 박완서 작가 등의 책에 손길 닿는 대로 읽어왔다. 그리고 유성호 법의학자의 책도 참 인상적이었다. 그동안의 독서 이력이 이런 책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닿게 했다.

젊은 시절 저자도 본인의 사생관이 일반인과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독신으로 늙었고, 아흔의 어머니가 계신 상황 등이 그의 호기심과 닿아서 이런 책을 선보이게 한 듯싶다.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닌 두려운 것이라는 주제로 시작한 취재는 현장을 돌아 다니며 일본에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고령자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장수 지옥>이라는 원제를 가정해 두고 다른 나라의 사생관과 정책 비교 등으로 이어진다. 현장 취재는 저자가 선망하는 네델란드와 비교하여 다뤄진다. 이제 조금씩 익숙해진 존엄사, 안락사 등의 개념과 과정 등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일본이 장수하는 노인이 많을 수 없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고독사에 대한 세간의 인식에 반하는 저자만의 입장도 들을 수 있어서 무척 흥미롭다. 혼자 살다 죽게 되면 정말 비참할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내 죽음을 정할 수 있다면 - 아이와 간간이 이야기 하는데, 아이는 자신의 책임과 결정이라고 못박는다. 책의 좋은 죽음을 위한 10가지 지침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좋다.

다소 자극적인 일본 원제 그대로 번역되어도 읽었을지 장담하진 못하지만, 이 책을 통하여 느슨해진(혹은 게을러진) 내 생에 좋은 촉매제가 된 듯싶다. 내 삶의 모토 중 하나인 메멘토 모리를 내재화하고 실천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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