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어가는 순간 - 최선의 나를 찾아서
헤르만 헤세 지음, 이민수 옮김 / 생각속의집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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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다는 것

태어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무던히 애쓴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

살아온 길을 되돌아보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라.

그 길이 그토록 힘들었던가?

단지 힘들기만 했던가?

아름답지는 않았는가?

혹시 그보다 더 아름답고, 더 쉬운 길이 있었는가?

                                     <데미안>

2021년이 우리 모두 다시 태어났는가? 새해 첫 책의 서평을 조금 감성적으로 시작해 본다.

독문학을 연구하고 시인인 이민수님이 편역한 헤르만 헤세 잠언집 <내가 되어가는 순간>은 헤세의 명작들 속에서 편역자의 시선으로 재탄생한 글들이 묶여져 있다.

이 책에 눈길이 간 것은 한창 사춘기 감성의 외줄을 타고 있는 고교생 아이와 같이 읽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는데 편역자의 여는 말에 숨을 멈췄다.  

헤세가 차라투스트라의 입을 빌려 말한 것처럼 온갖 인생의 우회로를 가더라도 너희 자신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다.

우리 일상에서 직진과 우회의 순간은 빈번하게 일어난다. 직진의 단순 명쾌한 저돌성이 좋았던가? 우회하며 버려지는 시간에 짜증만 냈던가?

어느 해 여름 휴가 중이던 우리 가족은 두 차에 나눠 목적지로 향했다. 직진 고속도로를 벗어나서 곡예 운전 하듯 구불구불한 지방 도로로 우회하여 달렸던 적이 있다. 빨리 휴가지에 도착하여 휴가지가 주는 특별함을 누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우회하여 달린 도로가 주던 느림과 여유의 선물은 쾌속 직진과 다른 인생의 멋이 있다.

헤세는 혼자라는 시에서 이렇게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혼자

세상에는

큰 도로와 작은 길이 많다.

그러나 모두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간다.

말을 타고 갈 수도 차를 타고 갈 수도 있다.

, 둘이서 갈 수도 셋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마지막 한 걸음은

그대 혼자 가야 한다.

그러니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혼자 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지혜이자 능력이다.

   

헤세의 어려운 소설과 달리 시는 아주 직관적으로 우리 마음에 물결을 일으킨다. 소설가로만 알고 있던 헤세의 명함에 몇 해전에서 헤세가 원래 시인이 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깜짝 놀랐다. 아주 오래 전 들었겠지만 그런 헤세의 삶에는 어린 내게 별 감흥을 불러 일으키지 못했나 보다. 나이가 들고 내가 좋아했던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으로 내 삶을 꾸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 그 어느 때부터 작가의 작품보다 작가의 삶이 궁금해졌다. 헤세의 삶이 이 잠언집에는 고스란히 배어 있다. 나를 찾고 발견하고, 다시 태어나게 되는 총 3부 구성으로 이뤄진 이 책 속에는  헤세가 쓴 명작의 구절 등이 헤세의 삶과 함께 담겨 있다.    

여는 말과 달리 닫는 말은 이 책을 출간한 편집자의 변으로 이어진다. 왜 이 책을 출간하게 됐고 이 책을 어떤 이들이 읽어줬으면 하는지에 대한 바람을 따라가며 읽다 보니 출판사 생각속의집이 궁금해진다.

우리나라 사람이 좋아한다는 예술가 중 문학 분야 인물군에 헤르만 헤세가 있다고 한다. 자기에게로 이르는 길을 가라고 힘 주어 말하던 이 헤세를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부모가, 학교가, 사회가 일러준 길을 직진 하던 우리들 다수가 드디어 자신을 만나고 싶은 순간을 깨달을 때 우리는 새 스승으로 헤세를 맞고 싶어하나 보다.

2021년 새해의 순간에 이런 책과 만나서 감사하다. 책 앞뒤 여는, 닫는 말을 통해 더 깊게 읽고 싶은 헤세의 작품 목록도 꾸리며 2021 독서 계획을 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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