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 여왕
가와조에 아이 지음, 김정환 옮김 / 청미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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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인 왕국에 고혹적으로 아름다운 왕비가 살고 있어요. 아름다운 외모의 왕비 만큼 왕국도 좋은 나라면 좋겠는데 책의 처음부터 어딘가에 갇힌 요정들이 나오네요. 도대체 이 이야기는 어떤 음울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걸까요? 어두침침한 도입부만 봐서는 흔한 추리 소설 같아 보이지만 이 소설은 <수의 여왕>이라는 제목처럼 숫자와 수학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에요. 400여쪽의 분량의 책 전부 숫자로만 채워져 있다면 보통의 사람들은 절대 읽으려 하지 않겠지만 음모가 가득한 메르세인 왕국에 발을 들인 이방인 시선으로 책에 빠져 읽다 보면 오묘한 수의 세계에 자연스레 가까워져요. 왕비에게 입양된 소녀 나쟈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돼요. 사라진 왕비의 친딸 비앙카를 친언니처럼 따랐던 나쟈는 왕비의 양녀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시녀처럼 궁에서 살면서 왕궁에 사는 자신의 이해할 수 없는 운명을 이해해 보려 애쓰지만 그 실마리는 왕비의 극악무도한 아들의 죽음 덕에 이유가 밝혀지네요. 운명의 수!

 

 

이 책을 쓴 가와조에 아이는 문학을 전공한 작가인데 그의 저작은 로봇,컴퓨터 등 문학 전공자의 이력에 어울리지 않을 관심이 배어 있어요. 출판사에서 프로그래밍 등을 주제로 한 이야기를 출간하자는 제의를 받은 사연까지 거슬러 올라가네요. 전작에서 풀지 못한 부족한 이야기의 아쉬움을 저자는 백설공주의 이미지에서 차용해 왕비 등 주변 인물에게 입히고, 여러 수학적인 고민은 주위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며 집필했다고 하니 작가의 노고와 정성이 느껴지네요. 독자가 나쟈 일행의 모임을 통해 수의 세계가 지닌 매력을 조금이라도 느끼길 바란다는 저자의 후기처럼 일단 판타지 세상에 빠지면 소인수 분해, 친화수, 피보나치 수열, 페르마의 소정리, 카마이클 수 등 여러 수의 세계를 조금 더 말랑하게 배울 수 있어요. 문송과인 제가 이 책으로 새로 알게 된 매력적인 수도 있을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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