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뜬구름
찬쉐 지음, 김태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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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제공해준 도서를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

해외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중국 여성 작가

 

찬쉐의 소설 중

가장 실험적이고 강렬한 작품

 

시적 언어로 쓴 지구 종말의 풍경화

낯선 감각을 일깨워 줄

찬쉐 문학 세계의 도입부

 

꽃이 지독한 향기를 풍기는 몽롱한 계절,

잠 못 이루는 거리의 생명들에게 일어나는

악몽 같은 이야기

 

이토록 악의를 지니며 왜곡까지 심한 소설이 있을까. 중국의 카프카라는 말이 왜 존재하는지 알 정도로 찬쉐는 이 책에 추악의 정수를 흩뿌리며, 오래도록 덧없는 세상과 빛바랜 극사실주의를 꽉꽉 담았다. 이런 책이 현대에 출판되어도 괜찮은가? 읽으면 읽을수록 나를 저 멀리 두게 된다. 허상이 가득하다 못해 나 자신도 허상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미친 이야기 같으니라고.

 

정말 꿈을 꾸는 것처럼 개연성이 좀처럼 유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데, 그야말로 악몽 같은 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다. 휙휙 전환되는 시점이며, 모든 이가 주연이자 조연이 되고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다. 무자비한 전개에 찬쉐 특유의 미학적인 비유가 오히려 불쾌감을 조성해서 메마른 벽에 마음껏 비명을 지르고 싶은 공포가 함께 몰려왔다. 이 소설은 정말, 대사만으로도 발가벗은 본성의 무저갱이 적나라하게 보일 뿐 아니라 마구 뒤틀린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어지럼증까지 유발한 글의 향연이었다. 이렇게까지 낯선 그림자 같은 소설이 있을까?

 

끝내 나는 책을 덮을 때까지도 어디까지가 악몽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사실은 모든 순간이 악몽이자 현실인 건 아닌지 몇 번이고 의심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관찰자이자 감시자가 되고, 인격 분열이 일어날 만큼 끊임없이 질투와 집착, 난자한 벌레의 다리 따위의 징글징글함으로 서로를 갉아먹고 미쳐간다. 내가 보고 있는 하늘도 이 책처럼 붉어진 것 같다. , 실핏줄이 터진 건가?

 

어째서 그들이 중국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이 작가를 선택했는지 뼈저리게 알았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감히 말하건대, 찬쉐밖에 없을 것이다. 도드라진 뼈대 같은 문체로 썩은 살 같은 불안하고도 무형적인 감각과 연하게 긁히는 손톱의 밸런스까지 모두 그녀만이 아우를 수 있을 것이다. 이걸 읽고 나니 당분간 거미줄과 오이는 쳐다도 못 보겠다. 아직도 여운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는 경련이 몸에서 난다.

닥나무의 새하얀 꽃이 빗물을 잔뜩 머금어 몹시 무거워졌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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