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구경하는 사회 (이옥토 리커버 에디션)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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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 웨일북에서 제공해준 도서를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신형철, 최재천, 이슬아

김지수, 송길영, 김신식 추천

 

슬픔을 전시하는 시대에 건네는 문제작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이옥토 리커버로 표지부터 마음에서 한 조각이 똑 떼인 마냥 아련하고도 그 공백이 벅차게끔 느껴진다. 마치 생을 다해 낙엽처럼 바스러져 떨어진 꽃잎에 아직 희망을 놓지 않은 듯한 생기가 박을 더해 조금 묻혀 있다. 비닐을 구긴 주름 같은 잎맥 속에 그 꽃이 짊어졌던 고통이 읽힐지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는 박제된 꽃잎만 보겠지만, 누군가는 그 꽃잎 아래 그림자까지 보고 있어 줄 터다.

 

기사라는 건, 누군가를 혹은 자연현상을 박제하고 전시한다고 생각해왔다. 기록에 가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특히 인터넷 기사는 클릭 한 번으로 삭제하기 쉬운 만큼 번복성이 크다는 입지였기 때문이다. 어느덧 기레기라고 손가락질해온 대로 그들을 쉽게 신뢰하지 않을뿐더러 어느 쪽으로 편향되어 작성하고 있다며 많은 이들이 기사를 비판이 아닌 비난하는 시선으로 보고 있었고,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뉴스보다 SNS에서 일반인이 직접 정리해 작성한 타임라인이나 실시간 촬영 사진 및 동영상을 더 찾아보게 됐다. 현실감과 객관성은 둘 다 공평히 챙겨 있는데 왜 SNS를 더 믿고 내가 그 상황에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입장을 고려하게 될까. 이유는 이 책을 읽다 보면 알게 된다. 그 사건 속 고통을 구경하는 거리가 더 근접하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더 현장에 있는 듯한 날것의 구경을 원하고 있던 거였다.

 

특유 냄비 근성이라고 할지, 우리는 한 사건을 죽일 듯이 집중하다가도 결국 며칠 만에 돌아서며 잊어버린다. 기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들의 고통을 추모하고 되새길 동안 폭풍 같은 현실이 더 버거운 게 사실이다. 당장 내일 있을 시험이 걱정이고, 취업이 걱정이고, 승진이 걱정이고, 육아가 걱정이다. 나의 고통은 기사에 기록될 만큼 대단치도 않고 이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자가 오직 나뿐이기 때문이며, 누구나 겪는단 이유로 그 공감치에 특수성이 반비례한다. 사람은 누구나 나를 먼저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엔 아주 따뜻한 문화가 있다. ‘문화. 내 현실을 보내다가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아예 모른 체 하지 않는다. 기부하거나, 응원 메시지를 보내거나, 프로필을 설정하거나 공유해 타인이 보게 알린다. 우리는 고통을 구경하는 입장에 머물지라도, 손수 뭘 하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하물며 그 고통치가 클수록 무지함을 욕하는 게 우리나라 단합심에 있기까지 하다. 고통을 콘텐츠로 소비하는 악질들도 있지만, 그것만은 알아줘야 한다, 그림자가 커지면 뒤에 있는 사람이 그 그림자를 받아주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당신을 혼자 두지 않는다. 반드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더더욱 고통을 마주하기로 결심했다. 잊어버리지 않을 경각심도 함께 두며 이 책을 하나의 교과서처럼 안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 아닐까? 우리가 겪어 온, 혹은 봐 온 고통들이 함축적으로 정리돼 있다. 하나도 모르는 사건이 없다. 완결 난 드라마도 끊임없이 클립이 유튜브로 뜨는데, 누가 이런 과거 기록들도 계속해서 읊어줄 순 없을까. 새삼 우리는 잊어도 김인정 저널리스트처럼 기자들은 역사를 영원히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야말로 발로 뛰며 생생히 그 현장을 느끼는 인물들일 테니까. 잊으래야 잊을 수 없이 눈물을 몸으로 받으며 숙이고 있었을 테니까. 기레기라 욕해도 세상엔 기자가 없어선 안 된다. 누군가는 받아 적고 남겨놔야만 한다.

 

벌겨벗겨진 시신 세 구가 우리 눈앞에 놓였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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