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가지 다쓰오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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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 블루홀식스에서 제공해준 도서를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복선의 신, 깨어나다

40여 년 만에 부활한

전설의 본격 미스터리!

네 동생은 살해당한 거야.”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쓰르라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땀방울이 스치며 느끼던 소름 끼침과 나마저도 연못에서 가라앉지도 떠오르지도 못한 어중간한 방황에 휩쓸리면서 한눈판 사이에 진실에 갉혔다. 책을 덮었을 땐 전율과 함께 갈려 나가 너덜너덜해진 나 자신을 발견하고 만다. 40여 년 동안 봉인된 이유가 있었구나. 이 책은 그야말로 불신의 금서였다.

 

추리소설의 시작은 보통 피비린내에서 비롯된다. 시체의 모습을 나노 단위로 적나라하게 묘사되며 독자에게 충격과 함께 호기심을 이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법칙마저 깨뜨렸다. 주인공 도모이치가 어머님의 임종을 지키며 의미심장한 유언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도모이치, 네 동생은 살해됐단다, 슈지는 살해당한 거야…….” 어떻게 보면 그저 추리소설의 흔한 전개에서 벗어난 것뿐 그렇다고 큰 특별함이 있는 건 아니지 않냐며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생각은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이 소설은, 모든 문장이 강렬한 떡밥이 되어주고 있었다.

 

불신의 금서.

만약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주인공과 밀접히 있던 인물 누구도 믿지 마라. 의심하고, 또 의심해라. 그러다 읽던 중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을 때 비로소 진실이 파멸처럼 다가올 것이다. 낚싯대를 잡고 있어라. 물을 끝까지 봐라. 단단히 혼을 쏙 뺄 만큼 강렬한 무언가가 당신을 물고 놔주지 않은 채 마음껏 휘두르고 말 테니까. 이 책에서 보이던 트릭은 그러한 공포를 줄 준비를 하게 만든다. 좀처럼 예상할 수 없는 전개. 막장. 파멸. 피폐한 마무리. 그럼에도 완벽한 복선 회수. 고뇌와 불신으로 터질 것 같은 머리를 단숨에 조였다 풀 만큼 괴롭게 헐떡이도록 만드는 추리소설이었다. 난 다 읽고 나서도 아직 여운에 얼얼해 있다. 야구 방망이가 필요해. 보이는 사람마다 휘둘러야겠어……. 난 완전히 이 소설 때문에 미쳐버렸어!

 

책임져라! 책임져!

차라리 모든 사람이 이 책을 읽어 광란의 파티라도 빠져보자.

추리소설 좋아한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40여 년 만에 부활한 이 트릭을 풀 수 있다면 한 번 풀어보시지! 건축학과 관련한 정보가 나열되기도 하지만, 그런 거 문외한이더라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전혀 없다.

 

어머니는 죽음이 임박하는 걸 아는 상태에서 마지막 이성을 다해 그 말을 내뱉었을까.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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