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빌려드립니다 : 영국 - 인류 역사와 문화의 새로운 발견 박물관을 빌려드립니다
손봉기 지음 / 더블북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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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뷰는 출판사 더블북에서 제공해준 도서를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세계 최고의 컬렉션을 마주하는 특별한 순간

200만 년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찾아 떠나는 환승 투어

베테랑 도슨트의 뮤지엄 시리즈

 

내가 영국을 가고 싶다고 해서 바로 비행기 표 끊고 갈 수 있나? 아니, 살면서 영국에 갈 날이 오긴 할까? 영국에 가더라도 박물관까지 찾아서 들를 수 있을까? 이 책은, 펼치자마자 그런 거리감만 느껴졌던 박물관과 한순간에 밀접하게 붙어있게 된다. 영국에 있는 세계 최고 박물관 대영박물관그리고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이 이 책 한 권에 나를 가이딩한다

 

사실 나는 책을 읽기 전까진 이 책에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다. 그래봤자 그림이나 동상밖에 없겠지. 대충 그림에 얽힌 귀족, 왕족 찬양이나 치정 이야기나 한가득 적혀 있겠지. 그러나, 이 책은 딱 우리가 알고 보이는 그 수준의 역사를 뛰어넘어 더 다양하고 깊이가 있는 이야기와 작품을 설명한다. 크게 대영박물관에는 중동,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작품들이 구성돼 있는데, 특히 나는 이집트 섹션을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예전에 이집트 신화를 기반한 만화를 몇 번 본 적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또 새로운 지식을 불어넣으니 정말 재미가 없을 수 없다작품마다 어디 전시관인지 동선까지 체크해준다.

 

     

오시리스가 두 번의 죽음 끝에 부활한 저승의 왕인데, 고대 이집트 사람 중에 죄를 짓지 않고 살다 죽은 이들은 오시리스가 부활시켜 더 좋은 삶을 보내게 해준다. (65p) 이 점에서 미라를 만드는 풍습이 생겼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미라, 라는 건 그저 무섭고 우리가 화장하듯 그들이 시체를 보관하는 방법이 미라로 만드는 것뿐만 기억할 텐데, 이런 재미난 유래가 얽혀 있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우리가 죽고 나서는 염라대왕이 우리가 죄가 있는 인간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것처럼, 이집트에선 그러한 역할을 저승사자 아누비스가 한다는 점에서도, 어느 나라든 죽고 나서의 세계에선 항상 생전의 죄를 중요시하게 본다는 점이 유사해 신기했다. 무엇보다 이집트 사람들이 의미하는 죽음이 머릿속을 꿰찬다. 그들은 나일강의 주기적인 범람과 반복되는 밤낮의 변화를 보며 죽음이란 그저 낮에서 밤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73p) 우리 또한 죽음을 애써 아무렇지 않게 흘러오는 거로 보고 있지만, 사실 누구보다 두려워하고 있지 않은가. 죽고 나서의 길은 미지의 길이라, 미지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우리에겐 죽음만큼 무서운 게 있을까 싶다. 그러나 이집트 사람들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순순히 믿는 것 같았다. 그 점이 굉장히 내게 큰 위로가 됐다. 말고도 이집트의 역사는 정말 재밌으며, 이 책에 여타 종류의 역사와 작품이 한가득하니 꼭 읽길 바란다.

 

이 책이 좋은 건 거의 한 페이지 당 작품 사진이 하나씩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어느 누가 역사를 말로만 설명하나. 그 당시에 남긴 기록물을 보여주며 이목을 끌지.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절대 지루함이 없다. 이야기가 긴데…… 싶으면 작품 사진이 딱 알맞게 관심을 끌어줘 도로 집중을 향상하게 한다. 내가 이 책을 정말 사랑했던 건 그런 선명한 사진을 아낌없이 넣어주면서 내 손을 아주 쉽게 박물관으로 이끌어줬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박물관에 정말 한 번은 가고 싶어지게 만든다.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으로 넘어갔을 때 가장 눈에 이끌린 건 그 박물관 입구의 디자인과 샹들리에 사진이었다. 박물관 이름만 들었을 때도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하긴 했었지만, 내부는 작은 사진만으로도 그 근사함이 압도된다. 이럴 수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대영박물관은 역사의 흥미를 돋우게 한다면,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은 예술의 흥미를 돋게 한다. 작품 하나하나 매혹적이었다. 흔히 우리가 아는 다비드상부터 블레셋인을 죽이는 삼손, 삼미의 여신, 롯의 아내, 시스티나 성당 내부…… 등등, 아름다움이 하나의 중심부로 서서 여러 방향으로 뻗은 가지들마다 유혹으로 열띤 예술의 과실이 맺혀있다. 읽는다는 말도 웃기다. 나는 그 작품들을 탐미하는내내 숨을 참을 정도였다.

 

좋은 기회로 이렇게나 재밌고 교과서적인 책을 읽게 되어 너무 기분이 좋다.

영혼은 누구보다 박물관으로 향해 있는 자들이여, 꼭 이 책을 읽길 바란다. 나는 다른 시리즈까지 구매하여 읽을 의향이 가득하다. 너무너무 잘 읽었다!



유럽을 여행할 때마다 런던과 파리 그리고 로마에 있는 유명한 박물관을 방문했다. - P5

친구의 죽음은 길가메시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젊은 시절 그는 사람이 태어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언제든지 명예롭게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친구의 죽음을 직접 본 그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아무리 명예가 높고 재산이 많다 하여도 죽음 앞에서는 그 모두가 허무할 뿐이었다. - P23

옛날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정이 없고 마음은 탐욕스러워져 서로의 재산을 뺏으려 한다. 사회에는 더 이상 정의가 없고 나라는 악한 이들에게 넘어갔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죽음이며 죽음은 마치 환자가 병에서 회복되는 것과 같다. - P64

내 연기가 볼 만했습니까?
내 인생의 연극이 마음에 들었다면
박수를 쳐주시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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