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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들 - 좋은 날엔 좋아서, 외로운 날엔 외로워서 먹던 밥 ㅣ 들시리즈 6
김수경 지음 / 꿈꾸는인생 / 2023년 5월
평점 :
꿈꾸는 인생 출판사의 “들 시리즈”에 관심을 갖고 <사생활들>과 <냄새들>을 일전에 먼저 너무도 잘 읽었던 차에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들시리즈로 <끼니들>을 만났다. 그리고 추억이 담긴 혹은 어떤 이미지로 연결되는 작가의 끼니들에 대한 기록을 만나며 나의 밥상에 대해 반추해 보는 시간이었다. 사실 나는 애 엄마지만 제 손으로 밥을 할 일이 거의 없는 매우 날로 먹는 복된(?) 삶을 살고 있다. 이유인즉슨 온 가족이 각자의 생업에서 복귀하여 한 상에 둘러앉아 함께 한술 뜰 수 있는 저녁과 주말에 일을 하고 있고, 친정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는 어마어마한 치트키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굶고 살진 않을 테니 내게도 강력한 한방으로 거대한 의미로 기록된 끼니들이 있고, 그것은 때론 너무 소중하고 귀한 혹은 반대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무엇이기도 했다.
종일 굶고 일한 어느 날 퇴근길에 내 손에 쥐어졌던 소고기 터져나가게 담긴 유부초밥 도시락, 눈물 콧물 범벅인 채 우주에서 제일 못생긴 몰골로 먹었던 이별의 오소리 순댓국, 그리고 우리 엄마가 만든 늘 변함없이 슴슴한 간에 쫄깃한 식감의 백 프로 내 입맛 맞춤 잡채. 그렇게 음식들이 막강한 힘과 기억과 함께한 사람들을 얼굴과 그 순간의 공기마저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끼니들은 결국 나의 끼니들을 소환했고, 어떤 추억의 시간들 안에서 조금 행복했고, 또 서글퍼지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이른 시간 집에서 나와 카페로 가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지인들과 함께 경주 감포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와 아침에 읽던 책을 마저 갈무리하는 현충일이었다. 나들이를 함께한 지인의 조금 슬픈 소식을 들었고, 함께 속상한 마음이 들어 아줌마 주책맞게 좀 울었다. 그리고 바닷길을 걸었고, 전복 뚝배기 한 사발 함께 먹는 시간을 가졌다. 후일 이 전복 뚝배기도 뜨끈한 위로의 끼니로 기록될 것 같았다. 매 끼니 행복하기만 하면 그게 삶이겠는가?! 밥 한술 뜨는 이야기들 속에서 작게 인생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