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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퍼거 남편과 살고 있습니다 - 조금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에 대하여
김모니카 지음 / 다온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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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결혼이라는 제도의 내부는 사실 단맛보다는 쓴맛이 많다. 연애와 달리 결혼은 현실이고 그 현실은 서로 다른 인간이 상호 부대끼는 과정 안에서 다양한 희로애락이 중첩되어 우리를 울게 하고 웃게 하며 또 때때로 미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매 순간 새로운 스테이지로 내몰리는 어떤 과정을 통해 뭔지 모를 것들 배우고 깨달으며 좀 다른, 한 단계 나은 인간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내 경우엔 그랬다. 결혼과 육아와 그 속의 삶은 내가 아닌 사람들을 끌어안아야 하므로 이미 충분히 어려운 것이었다. 내가 품어야 하는 내가 아닌 존재가 늘어나는 것의 힘듦은 상상 그 위에 존재했다. 그런데 세상에 아스퍼거 남편이라니.. 작가는 외국인인 동시에 장애를 가진 남편과 살며 두 아이를 키워내었다. 나는 비장애인 한국 남자와 살고 애도 하나인데 이렇게 힘든데라는 포인트에 생각이 귀결되다 보니 작가가 책 속에서 미처 다 풀지 못했을 또 다른 이야기가 너무도 많을 것 같았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해도 그게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부분은 아님을 안다. 지하철 양공주 대목은 정말 페이지 넘기는 내내 내 낯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무례함을 넘어서 무식한 사람들이 지나치듯 던진 화살이 소수의 약자에겐 너무도 큰 비수가 되었다. 그들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건 육체적인 부분보다 되려 시선이나 무례하고 무식한 처우 안에서 경험하는 정신적인 부분일 것 같았다. 장애와 비장애, 그리고 다문화 가정으로 대변되는 국제결혼으로 형성된 가정에 대해 내가 가진 생각 중 비루하고 편협한 부분은 없는가 스스로의 편견에 대해 자문해 보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사랑과 그 이름 안에 만들어진 용기라는 큰 힘을 보았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나와는 정말 다른 스타일의 우리 집 남자를 떠올려 보았다. 지금 나는 아무래도 그가 가여워서 같이 사는 느낌인데, 상호 간에 서로를 가여워하는 마음 이 또한 사랑의 다른 형태지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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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슈퍼토끼! 까까똥꼬 시몽 26
스테파니 블레이크 지음, 김영신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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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6살 남자아이의 엄마이고, 우리 아이는 또래들 중에서도 공을 차거나 뛰고 달리는 형태의 체력적으로 노는 놀이들을 좋아한다. 이런 형태로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은 상당한 체력을 요해서 나는 어느 정도는 나 편하고자 아이에게 앉아서 하는 정적인 놀이를 권하는데, 언젠가부터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 그건 여자 놀이잖아요!” 1700일 남짓의 삶을 사는 동안 이 아이에게 이미 남자 색깔, 남자 놀이, 남자 장난감, 남자 모양 따위의 기준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 책은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루라는 여자 토끼를 통해 하고 있다. <슈퍼 토끼>라는 책 제목을 듣는 순간 망토를 두른 남자 토끼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책 표지에는 분홍치마에 분홍 망토에 분홍 두건을 쓴 여자 토끼가 남자아이들이 실패한 스케이트보드 타기를 보란 듯 해내고 있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 그리고 아이에게 읽은 책을 스스로 복기해 보게 하며 남자 여자 서로 다른 성과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는 남자기 때문에 할 수 있고 여자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기준이 얼마나 큰 오류 안에 존재하는지 6살에게 쉽게 전달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또 남자가 반드시 더 강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힘들면 도움을 청하고 또 못할 것도 지천이니 못한다고 좌절 말고 포기 말며 최선을 다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도 이야기했다. 아직 집중력이랄 게 없는 없는 나이지만 꽤나 진지한 표정으로 분홍치마를 입은 토끼가 보드를 멋지게 타는 모습을 보는 아이에게 의미로운 시간이었기를.. 그리고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의 위치에서 나에게도 상당히 좋은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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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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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현실이 참 고단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게 가족과 생업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 더 지치게 마련이다. 생업은 나를 증명하는 수단이고 힘든 삶 속에서 가족은 너무도 위로지만, 또 인력으로 어쩌지 못하는 가장 잔인하고 치열한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타인이나 사회적인 부분에서는 상당히 합리적인 편에 속하는데, 가족과 생업에 대해서는 도무지 같은 룰을 적용할 수가 없어서 대체로 불합리적인 채 내내 참고 끈기롭게(?) 견디는 날들이 많다. 와중에 나만 이렇게 사는 게 거지 같은가 싶은 날을 통과하는데, 한층 더 거지 같은 삶들을 이런저런 미디어를 통해 접하고 어쭙잖게 혀를 찬다. 아이러니다. 이는 읽어 내는 시간 내가 명주와 준성의 삶에 도무지 손가락질할 수 없었던 이유와 일맥상통하리라. 책을 쥐고 두어 시간 남짓, 그렇게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독보적인 가독력으로 파워 집중하며 완독까지 내달렸다. 아니 실상은 명주와 준성의 지옥 같은 현생을 내적으로 부대끼며 쫓았다가 맞을 거 같다.

치매 노모 노부의 부양자로서의 현실, 안 겪고 싶고, 안 겪어 본 자는 절대 모를 난이도의 고단함일 거 같다. 왜 그랬냐고 묻기조차 민망한 패륜 행위의 답이 “나도 좀 살아야죠.”이면 그건 그것대로 슬픈 일이니까. 이런류의 사연 수집 인생이 진 빠지고 질리는 건 낙이 없다는 것이다. 부모가 고단함이면 남편이나 자식이라도, 아니면 일이라도 하나 내 숨 쉴 자리가 있으면 되는데, 사방이 전부 갑갑하니 그걸 버티고 선 명주와 준성이 되려 용하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찰진 호흡으로 잘 읽히는 글이 작가님이 이 이야기를 꾸려가는 마음가짐이었을까? 긴장과 위로 분열과 연대를 잘 주물러 와라락 던져주고 나는 그걸 어쩌다 받아 버렸는데, 그게 그냥 남 이야기로 넘기기 어려운 오후였음이다.

아오! 인생 참 대다. 휴.. 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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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들 - 좋은 날엔 좋아서, 외로운 날엔 외로워서 먹던 밥 들시리즈 6
김수경 지음 / 꿈꾸는인생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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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인생 출판사의 “들 시리즈”에 관심을 갖고 <사생활들>과 <냄새들>을 일전에 먼저 너무도 잘 읽었던 차에 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들시리즈로 <끼니들>을 만났다. 그리고 추억이 담긴 혹은 어떤 이미지로 연결되는 작가의 끼니들에 대한 기록을 만나며 나의 밥상에 대해 반추해 보는 시간이었다. 사실 나는 애 엄마지만 제 손으로 밥을 할 일이 거의 없는 매우 날로 먹는 복된(?) 삶을 살고 있다. 이유인즉슨 온 가족이 각자의 생업에서 복귀하여 한 상에 둘러앉아 함께 한술 뜰 수 있는 저녁과 주말에 일을 하고 있고, 친정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는 어마어마한 치트키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굶고 살진 않을 테니 내게도 강력한 한방으로 거대한 의미로 기록된 끼니들이 있고, 그것은 때론 너무 소중하고 귀한 혹은 반대로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을 무엇이기도 했다.

종일 굶고 일한 어느 날 퇴근길에 내 손에 쥐어졌던 소고기 터져나가게 담긴 유부초밥 도시락, 눈물 콧물 범벅인 채 우주에서 제일 못생긴 몰골로 먹었던 이별의 오소리 순댓국, 그리고 우리 엄마가 만든 늘 변함없이 슴슴한 간에 쫄깃한 식감의 백 프로 내 입맛 맞춤 잡채. 그렇게 음식들이 막강한 힘과 기억과 함께한 사람들을 얼굴과 그 순간의 공기마저 떠올리게 한다.

작가의 끼니들은 결국 나의 끼니들을 소환했고, 어떤 추억의 시간들 안에서 조금 행복했고, 또 서글퍼지기도 하는 시간이었다. 이른 시간 집에서 나와 카페로 가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고, 지인들과 함께 경주 감포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와 아침에 읽던 책을 마저 갈무리하는 현충일이었다. 나들이를 함께한 지인의 조금 슬픈 소식을 들었고, 함께 속상한 마음이 들어 아줌마 주책맞게 좀 울었다. 그리고 바닷길을 걸었고, 전복 뚝배기 한 사발 함께 먹는 시간을 가졌다. 후일 이 전복 뚝배기도 뜨끈한 위로의 끼니로 기록될 것 같았다. 매 끼니 행복하기만 하면 그게 삶이겠는가?! 밥 한술 뜨는 이야기들 속에서 작게 인생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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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당신의 눈물이 입금되었습니다
최소망 지음 / 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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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시작하던 날 같이 사는 남자가 책 표지를 힐끗대더니 눈물 많은 사람이 부자가 되는 세상이라는 포맷에 웃으며 “너는 저런 세상이면 재벌이겠다?!”라고 했더랬다. 쿨내 나는 AI 인척 굴지만 실상은 타인은 물론 스스로마저 질리게 눈물이 많아서 대체로 우느라 대화가 불가능 한 인간이 나라는 인간이고, 그 눈물의 빈도와 농도는 애엄마라는 포지션을 획득한 이후 더 극성인 상태였다. 엄마는 강해야 한다 네가 애 앞에서 자꾸 울어 되겠냐는 친정 엄마의 다그침과 아니 아직도 울 일이 남았냐 설마 너 또 우냐는 남편의 한숨에, 이래저래 눈칫밥 먹는 나의 눈물이 그 서러움을 배가 시키고 있던 차에 이 소설은 눈물 머니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가독력과 함께 울어도 괜찮다는 모종의 위로를 건네주었다.

이야기 속에서 만난 다양한 형태의 눈물들과 구질스럽지만 또 짜증 나게도 희망적인 인간사를 통해 나는 무엇을 위해 울고 왜 그렇게나 울었던가 자문해 보는 시간이었다. 달리던 아이가 넘어졌을 때 울지 않고 일어나면 “와 대단하다. 넘어져도 울지 않고 꾹 참고 일어나네. 멋진데?!“라고 말하며 울지 않는 것이 멋진 것이고 참아내는 것이 대단한 것이라고 아이를 교육하고 있었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고. 울어 울고 싶으면 울어야지, 아프면 울어도 괜찮아! 아무도 내게 그렇게 말해주지 않았던 시간을 속상해하며 고작 여섯 살 아이에게 똑같이 굴고 있었구나 싶었다.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거나,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는 화병으로 가는 지름길인 게 현대인의 삶이니. 나는 그냥 지금처럼 울며 살련다! 안 참으련다! 그저 이런 감정 부자로 의미롭게 울 때 울며, 누군가의 눈물을 진심으로 지지해 주기도 하며 그렇게 살겠다로 갈무리한다. 까직거 좀 울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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