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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 2 - 20세기의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수업시간, 일제강점기의 독립 운동사를 배우면서 이름이나마 간신히 언급되었던 여성은 유관순뿐이었다. 그나마도 그가 열사로 불리는 일은 드물었다. 기미년 3·1운동에서 태극기를 흔든 ‘누나’정도로나 슬쩍 언급되고 사라졌다. TV에서 한 역사 선생이 그는 ‘누나’가 아니라 ‘열사’였다고 이야기하자 그것이 연일 뉴스거리가 되었고, 모두의 무지를 탓하는 각성제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독립운동을 한 여성들이 그 역할을 모두 인정받게 된 것은 아니었다. 독립운동을 한 이들에 대한 재평가는 계속되고 있지만 여성들은 지워져 있었다.

역사 속의 여성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 나조차도 당연히 독립운동은 남자들만 했다고 생각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수많은 인물들은 전부 남자였고 간간히 여성들의 활동도 있었다더라고 만 배웠기 때문이다. 역사는 여성들을 기록하지 않았다. 「세 여자」는 그런 여성들을 기억한다.

 

“나는 가끔 이 남자들하고 혁명을 하는 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어. 다들 <자본론> 대신 <사서삼경>을 읽은 모양이야.”

 

박헌형과 김단야, 임원근, 송봉우의 부인이라는 표현만으로 그들을 표현할 수는 없다. 허정숙과 주세죽, 고명자는 신여성이자 투철한 공산주의 사상가였으며 독립운동가로 자신만의 생을 살았다. 그들이 역사에서 사라져야했던 이유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리에서 밀어냈던 이들 때문이다. 긴 머리를 자르면서 그들이 잘라냈던 편안한 삶의 무게는 인정받지 못했다. 그들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안정된 삶을 살기를 거부했다. 조국의 해방이라는 거대한 목표도 있었지만, 스스로가 철저한 사상가이며 꿈을 가진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세 여자」는 그들의 섬세한 감정과 원대한 꿈을 따라간다. 때로는 아이들의 어머니이면서 조국의 투사였던 그들은 번민하면서도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바깥이 춥다고 껍질 속으로 도로 들어가겠니? 죽도 밥도 아닌 그런 인생은 생각도 하기 싫어.”

 

독립운동이후,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공산주의자였던 세 여자의 삶은 더 잊혔다. 고명자도, 주세죽도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허정숙은 좀 더 오래 살았지만 그 역시 꿈을 가슴에만 품은 채 떠나야했다. 이제야 그들의 이름은 먼지를 털어내고 세상에 돌아오고 있다. 「세 여자」의 양이 적지 않지만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유다.

페미니즘이 각광받으며 여성들의 삶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처절했지만 봄날처럼 향기로웠던 그들의 삶을 다시 돌아볼 기회로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 시대를 온 몸으로 부딪혀 살아냈던 이들의 찬란한 기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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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 1 - 20세기의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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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역사수업시간, 일제강점기의 독립 운동사를 배우면서 이름이나마 간신히 언급되었던 여성은 유관순뿐이었다. 그나마도 그가 열사로 불리는 일은 드물었다. 기미년 3·1운동에서 태극기를 흔든 ‘누나’정도로나 슬쩍 언급되고 사라졌다. TV에서 한 역사 선생이 그는 ‘누나’가 아니라 ‘열사’였다고 이야기하자 그것이 연일 뉴스거리가 되었고, 모두의 무지를 탓하는 각성제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독립운동을 한 여성들이 그 역할을 모두 인정받게 된 것은 아니었다. 독립운동을 한 이들에 대한 재평가는 계속되고 있지만 여성들은 지워져 있었다.

역사 속의 여성들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던 나조차도 당연히 독립운동은 남자들만 했다고 생각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수많은 인물들은 전부 남자였고 간간히 여성들의 활동도 있었다더라고 만 배웠기 때문이다. 역사는 여성들을 기록하지 않았다. 「세 여자」는 그런 여성들을 기억한다.

 

“나는 가끔 이 남자들하고 혁명을 하는 게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어. 다들 <자본론> 대신 <사서삼경>을 읽은 모양이야.”

 

박헌형과 김단야, 임원근, 송봉우의 부인이라는 표현만으로 그들을 표현할 수는 없다. 허정숙과 주세죽, 고명자는 신여성이자 투철한 공산주의 사상가였으며 독립운동가로 자신만의 생을 살았다. 그들이 역사에서 사라져야했던 이유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리에서 밀어냈던 이들 때문이다. 긴 머리를 자르면서 그들이 잘라냈던 편안한 삶의 무게는 인정받지 못했다. 그들은 역사에 기록되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안정된 삶을 살기를 거부했다. 조국의 해방이라는 거대한 목표도 있었지만, 스스로가 철저한 사상가이며 꿈을 가진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세 여자」는 그들의 섬세한 감정과 원대한 꿈을 따라간다. 때로는 아이들의 어머니이면서 조국의 투사였던 그들은 번민하면서도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바깥이 춥다고 껍질 속으로 도로 들어가겠니? 죽도 밥도 아닌 그런 인생은 생각도 하기 싫어.”

 

독립운동이후,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공산주의자였던 세 여자의 삶은 더 잊혔다. 고명자도, 주세죽도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허정숙은 좀 더 오래 살았지만 그 역시 꿈을 가슴에만 품은 채 떠나야했다. 이제야 그들의 이름은 먼지를 털어내고 세상에 돌아오고 있다. 「세 여자」의 양이 적지 않지만 끝까지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유다.

페미니즘이 각광받으며 여성들의 삶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지금, 처절했지만 봄날처럼 향기로웠던 그들의 삶을 다시 돌아볼 기회로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 시대를 온 몸으로 부딪혀 살아냈던 이들의 찬란한 기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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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살고 싶다 - 김경주의 인간극장
김경주 지음, 신준익 그림 / 한겨레출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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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틈은 균열이다. 균열은 상처다. 원래의 상태가 아닌, 어떠한 이유로 갈라져 터져버린 것이다. 그는 회복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에게 생긴 틈을 메우려 애쓰며 살아간다. 자신이 아무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오늘도 이 힘겨운 세상에서 잘 살아냈다고 증명하기 위해서.

   그러나 틈은 기회다. 깨질 수 없을 것만 같이 단단한 것도 깨질 수 있다는 희망. 절대 변할 것 같지 않던 일상이 깨지면 변화가 생긴다. 그는 당황스럽지만 반가운 것이기도 하다. 그 변화가 반드시 긍정적이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늘을 날던 이를 추락시키는 것일 수도 있고, 땅을 걷던 이를 땅 속으로 끌어당기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변화는 변화다.

   서른일곱명의 사람들이 있다. 밝은 세상에서 살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러나 그들이 사는 곳이 완전히 어두운 곳만은 아니다. 그들은 어두운 와중에 선연하게 드리워진 그늘을 바라본다. 그늘을 좇아 고개를 들면 그늘을 만들어낸 빛이 있다. 그들을 빛을 보며 살아가는 어두운 사람들이다.

   그 누구도 자신보다 불행할 순 없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자신 보다 불행한 이들이 있다는 동정심을 버리지 못하는 서른일곱명은 세상에 각자의 틈을 만들고 그 안에서 근근이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면 부끄러울 그 균열을 메우려 안간힘을 쓰면서. 그러면서도 그들은 또 다른 틈을 찾는다. 숨 한번 몰아쉴 틈 없는 바쁘고 힘든 세상에서 잠시 쉬어갈 휴식을. 완전히 불행하지는 않지만 결코 행복하지는 않을 이들은 변화를 꿈꾼다. 오늘 하루 버티면 이 균열이 조금은 메워지겠지. 잠깐 휴식도 취하며 버텨보자. 나는 또 다른 누군가의 틈 일거야.

   틈이 메워지길 바라지만 막상 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시인 김경주다. 이들을 그려낸 것은 화가 신준익이다. 그들은 실존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이름을 주었다. 부끄러워서였을까, 솔직하고 싶어서였을까. 저자들은 사람들에게 약간의 틈을 주며 다른 사람들을 그 틈으로 데려간다.

   나는 감히 그 균열을 어루만질 수도 없었고 그들의 휴식을 방해할 수도 없었다. 어설픈 동정 또한 폭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간신히 버틴다고 말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럼에도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감탄할 수도 있다. 사실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다. 그저 이런 삶도 있다는 걸 알기만 하면 된다. 이 세상에 당신만의 삶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저런 삶도 있다는 걸. 사연 없는 삶이 없다는 것만 알아도 세상은 좀 더 메워질 수 있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나는 이 책을 덮으며 ‘위대한 개츠비’의 첫 문장을 떠올렸다. 개츠비 틈 속에 살며 틈만 나면 살고 싶다고 외쳤던 인간이다.


지금보다 어리고 쉽게 상처받던 시절 아버지는 나에게 충고를 한마디 해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그 충고를 마음속 깊이 되새기고 있다.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을 말이다.”

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S.피츠제럴드, 김욱동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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