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경 - 기억과 상실, '치매'와 문학
이인현 지음 / 히스테리안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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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호경이라는 제목은 나에게 거울을 떠올리게 했다. 아마 ‘경’이라는 단어 때문일 것이다. 책을 펼치자, 곧 사람 이름이란 것을 알았다. 이 책은 치매 센터의 프로그램을 통해 ‘호경’과 인연을 맺게 된 작가가 ‘호경’에 대해 쓴 글이다. ‘모르겠어요’라며 스스로도 잘 서술하지 못하는 호경을 타인이 써 내려가는 일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인현 작가는 이 질문을 끝까지 붙들고 놓지 않는다. 어쩌면 이 책 전체가 그 고민의 과정이자 답일 것이다.

이 책에는 기억의 공백과 어긋나는 대화를 그대로 둔다. 불편한 공기를 손쉽게 물리치지 않고 그것을 품고 가는 대화는 낯설면서도 진실하다. 그 대화를 지켜보는 나는 스스로에게 묻기도 했다. 나라면 그 어색함과 긴장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여든을 향해가는 부모님과 함께 지낸다. 치매에 대한 불안은 평온한 일상에서도 불쑥불쑥 찾아오곤 한다. 나에게 닥칠 일 중 최악의 경우라고 무심코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 책에 관심이 더 가진 건지도 모른다.

호경은 흐릿한 기억을 애써 되살리려 하지 않고 공백을 공백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센터를 오갈 수 있으며 안내 봉사도 할 수 있다. 다른 이의 안부를 묻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다시 거울을 떠올린다. 잘게 깨지고 이가 나간 거울. 그런 거울이라면 자신의 얼굴을 온전히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기 비친 것이 자신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이인현 작가는 스스로 깨진 거울이 되어 호경을 비추려고 한 것일까. 그래서 ‘호경’은 지은 이의 자리가 아닌, 제목의 자리에 놓일 수밖에 없는 걸까.

이 책은 독자가 ‘호경’이라는 인물을 겪는 책이다. 치매를 겪고 있지만 치매가 전부가 아닌 한 인물. 자신의 작업(번역)에 고집스럽고 작가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한 인물. 실제 인물이지만 다소 가상적인 인물.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퍼즐 그 자체로의 퍼즐. 공백이 있다는 것은 공백과 공백 사이에 여전히 남은 것이 있다는 뜻일 터. 긴 산책과 안부를 묻는 마음과 말버릇이 계속해서 그를 연속할 것이다. 잘 모르겠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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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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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신 - 전래된 한국의 미의식
강병우 외 지음 / 히스테리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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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의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로, 인간과의 위계가 분명하며 그 거리는 결코 가닿을 수 없습니다. 반면, 동북아시아에서는 신은 순환적 에너지로, 인간과 신은 서로 의존하기도 함께 상승하기도 하며 존재합니다. 기분이 들뜬 상태를 표현하는 한국어 ‘신난다’에서 알 수 있듯이 신은 인간의 몸을 들고나는 에너지로, 이는 ‘신명’이라는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이처럼 ‘신’을 둘러싼 사유는 문화권마다 다르고 그 사회 문화의 기저에서 끊임없이 영향력을 발휘해 왔습니다. 그러므로 그 사유를 조사하는 것은 지금 이 시대 우리의 삶 전반을 원초적 차원에서 검토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숨은신-전래된 한국의 미의식’은 ‘아티스틱 리서치(Artistic Research)’라는 방식으로 인간이 보이지 않는 존재를 어떻게 감각하고 상상하는지‘ 탐구합니다.

 

아티스틱 리서치는 각 예술가가 자신만의 방식과 경로를 통해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정해진 틀도 규칙도 없습니다. 예술가는 각자의 삶과 연구 주제를 충돌시키는 것으로 다른 이들은 절대 도출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책의 10명의 필자는 서로의 다름을 프리즘 삼아, 한국의 미의식에 관한 여러 갈래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우리가 아티스틱 리서치에서 기대하는 것은 하나로 잘 정돈된 결론보다는 좌충우돌하는 사유의 경로입니다. 큐레이터, 에듀케이터, 초등 교사, 연구자 등 다양한 이력의 필자들은 각양각색의 경로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예를 들어, 이연화는 을사년의 광복절, 탄핵 반대 집회, 삼일운동 등의 여러 층위가 교차하는 광화문을 지나며 새삼 한국에 대해 낯설게 감각합니다. 원대한 질문은 이 감각에서 시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문득 낯설어지는 순간,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것을 다시 바라보게 되니까요. 유은은 자신의 교실에서 ‘평어’ 사용을 시도한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며 한국 특유의 국가주의와 가족주의 안에서의 ‘어린이’를 사유합니다. 이인현은 가상 인물로써 전국을 돌며 현재와 과거, 혹은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한국적’ 사건들을 추적합니다.

 

이 책은 또한 우리가 한국적 정서라며 떠올리곤 했던 ‘한’, ‘신명’, ‘풍류’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해부합니다. 손혜림은 이들이 고정되어 있는 민족성이 아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서들이 역동하고 기존 질서에 저항하는, 포용력 있는 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민주는 단지 수동적으로 고통받는 상태가 아닌, 능동적으로 그 고통의 원인마저 끌어안고 감정을 삭인 상태로서의 ‘한’을 이야기합니다. ‘삭임’은 시간과 고통을 겪어내고 도달한 긍정적 상태입니다. 원한에 차 굳어진 상태가 아닌 더 큰 순환의 일부로서의 ‘한’은, 교란하고 생동하는 힘인 신명과도 연결됩니다.

 

‘한 공동체의 의식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어떻게 믿어지고 사용되는가.’

이 책에는 질문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고 때로는 뜬금없는 지점에서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필자들의 질문을 함께 궁금해하고, 그 탐구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 삶과 맞닿는 지점에서, 자신만의 주제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 본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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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보름달문고 95
김은영 지음, 메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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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너무 재밌습니다. 발상이 기발하고 스토리가 흡입력 있게 전개됩니다. 그림도 너무 재밌게 표현되어 있어요. 어른도아이도 공감할 포인트가 많아요. 그리고 감동적입니다ㅠ. 최고의 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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