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의 약속 매그레 시리즈 8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매그레 시리즈 08.

 

  대구잡이 어선 <오세앙> 호의 선장이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배의 전신기사로 승선했던 청년이 용의자로 체포되지만, 주변 사람들은 한결같이 그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매그레는 옛 친구의 부탁으로 페캉에 와서 사건을 조사한다. 3개월 동안 오세앙 호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가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하는데.......

 

  오세앙 호는 괴담같은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출항시에 돛대에서 떨어져 다리가 바스라진 선원과 배에서 떨어져 죽은 수습선원, 미친 것 같은 선장, 선장과 얘기를 하지 않은 전신기사, 썩어버린 대구들. 그리고 선장은, 페캉 항에 도착한 다음날, 시체가 되어 발견되었다. 용의자로 지목된 전신기사인 청년은 자신이 적은 일지를 태워버렸고, 멀리서 찾아온 약혼녀를 거절하고 입을 다문다......

 

  읽을 수록 더 강한 의문이 든다. 대체 그 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매그레가 오세앙 호의 3개월을 다 밝혀냈을 때, 범인도 드러난다. 하지만 매그레 시리즈가 늘 그렇듯 "범인 잡았다! >.<"하는 후련함보다는 약간의 씁쓸함이 남는다. 결국 살해당하지 않았어도 선장은 자살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더 그런 것 같다.

 

  <선원의 약속>은 일탈과 욕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전신기사 청년, 그 청년의 무죄를 주장하는 약혼녀, 선장이 하숙하던 집의 여주인, 선장의 정부, 그 정부의 정부...... 안전하게 정해진 길을 가는 것과 욕구에 충실해 일탈하는 것, 어느 쪽이 좋은 걸까?

 

  <선원의 약속>에서 선장과 전신기사의 모습은 평행선처럼 닮아 있다. 둘 다 약속된 미래(전신기사의 경우 약혼녀, 선장의 경우 하숙집 여주인)가 있고, 육체적 매력이 넘치는 정부에게 마음을 뺏긴다. 그리고 그 정부 때문에 살인을 저지른다. (전신기사는 그가 선장을 죽일 걸 알면서도 밀고했다. 훌륭한 간접 살인이다.) 아마 매그레가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면 청년은 죄의 대가로 교수형을 당햇을 테니, 매그레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결말 마저도 같았을 거라고 예상해본다. 어찌되었든 선장은 일탈을 후회했고, 그건 전신기사도 마찬가지다. <선원의 약속>에서 결국 일탈은 일탈로 끝나고 각자 자기 자리를 찾는다. 죽은 선장 빼고는. 일탈은 결국 일탈일 뿐일까?

 

  여담이지만, 시리즈를 읽어갈 수록 매그레 부인이 점점 좋아진다. <선원의 약속>에서도 매그레 부인이 듬뿍 등장한다. 매그레가 알자스에서 휴가를 보내지 않고 페캉으로 왔기 때문인데, '어휴 어쩔 수 없지.'하면서 매그레의 의사를 따라주는 게 꼭 다섯 살 짜리 아이를 둔 어머니 같은 포스가 난다. 부인과 함께 있는 매그레는 사건을 수사하는 매그레와 좀 다른 느낌이라서 좋다.

 

2012.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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