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
로버트 바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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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은 외젠 발몽이 활약하는 추리단편 여덟 편과,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를 패러디한 단편 두 편이 실려있는 단편집이다. 로버트 바의 이 추리단편집은 상당히 독특한 느낌을 지니고 있다. 추리라는 장르를 살짝 비틀어 유쾌함을 만든달까. 거기에 프랑스 총경이 영국에 가서 탐정을 하면서 겪는 외국인으로서의 고뇌도 느껴진다(이 사람들은 왜 이러지??).
 
  추리라고 하면 일단 사람들이 죽고, 그래서 어느 정도 심각한 분위기를 깔고 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위풍당당 명탐정 외젠 발몽>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외젠 발몽이 다루는 사건 중에서 살인 사건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는다. 더구나 외젠 발몽은, 말 그대로 위풍당당하다. 다른 사람이 조수에게 자신의 활약상을 말하게 시킬 때, 외젠 발몽은 자기 입으로 자신의 활약상을 말한다. 그런데 거만하다거나 아니꼽다는 생각이 안 드는게 참 묘하다. 모든 사건을 척척 해결하여 없는 범인도 만들어낼 것 같던 탐정들과는 달리, 외젠 발몽은 실수를 한다. 범인도 놓친다. 하지만 외젠 발몽은 자기가 종종 실수도 하고 범인도 놓치지만 높은 확률로 범죄자를 잡아들인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자기가 범인을 놓치는 건, 확실한 물적 증거가 없기 전까지는 범인을 무죄로 추정하는 빌어먹을 영국의 법 때문이라고. 참 인간적인 탐정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책에서는 법에 처벌받는 범인이 한 사람도 안 나온다(이런저런 이유로)!
 
  이 책을 가만히 읽다 보면, 작가의 위트에 한 번 감탄하고,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교묘하게 비튼다는 데에 또 한 번 감탄한다. 겉으로는 완벽한 추리소설인데, 읽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추리소설과 매우 다른 것이다. 나는 거기에 외젠 발몽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최대 단점이 마음이 약한 거라고 말하는 외젠 발몽. 영국인의 독특한(?) 준법정신을 이해할 수 없지만 영국에 사니까 영국인 험담은 안 하겠다고 못박아두는 외젠 발몽. =ㅂ=
 
  외젠 발몽 시리즈가 읽으면서 무척 즐거웠던 데 반해서, 셜록홈즈 패러디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패러디 특유의 과장된 어조와 원작을 반뜩 비꼰 내용이, 웃음을 유발한다기보다는 살짝 불쾌함을 줬기 때문이다(이건 개인적 취향일 거다. 웃는 사람은 엄청 웃을듯).
 
 
  그런데 말이지. <건망증 클럽>은 분명 어디선가의 단편집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어디서 읽었을까? o-<-< 기억이 안나... 
  
   


 
2011.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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