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카니발
안 소피 브라슴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소설을 크게 사건중심 / 인물중심으로 나눠서 살펴보면, <몬스터 카니발>은 분명히 인물중심적인 이야기이다. 객관적으로 보이는 사건은 없고 인물의 심리묘사가 주로 펼쳐진다.

  나는 전자 쪽이 읽기 편하다. 역시 심리묘사가 중심일 경우 공감이 안 되면 굉장히 먹먹하기 때문이다. <몬스터 카니발>은 읽으면서 자꾸 엇도는 느낌이었다. 아마 내가 마리카와 조아섕에게 제대로 공감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꽤 술술 읽혔으니 신기한 느낌이다.

  조아섕은 인간 괴물들의 사진을 수집한다. 그는 마리카라는 추한 여자를 만나 모델로 삼는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사건은 아주 간단하고 단조롭지만 그에 얽히는 감정은 평범하지가 않다. 태풍이 몰아치는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자칫 쉽게 넘어가면 왜 감정이 이렇게 반전되는지 알기 힘들기도 하다.

  마리카는 자신이 추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을 계속 인정하지 못한다.

  조아섕은 자기가 마리카에게 이끌린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지 못한다.

  이들이 그것을 '인정' 하게 되는 계기(결과가 아니라 계기라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인 둘 간의 섹스는, 둘을 '결합'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천천히 '파괴'시킨다.

  섹스 전후를 보면 둘이 자신과 자신의 몸과 상대방에게 갖는 감정이 전혀 틀려진다.

  읽으면서 속이 점점 답답해졌다. 추함이란 어느 것인가- 라는 질문을 받은 느낌이다. 마리카가 추한 것은 그녀의 입 때문인가, 아니면 그녀의 몸에 배여있는 어떤 '태도(혹은 정신)' 때문인가?

  추함에도 과연 아름다움이 있을 수가 있는가? 신화 속에는 꼭 괴물이 등장하고, 괴물들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어 많은 작품을 낳았다. 조아섕은 마리카에게 매혹당하지만 그것은 아름다움이 낳은 매혹과는 본질적으로 틀리다. 조아섕은 마리카로 인해 예술 작품을 낳지만 그 예술작품은 대중에게 사랑받지 못한다.

  아름다움. 추함. 사랑받음. 거기에 얽혀 있는 것은 인간의 '몸'이다. 그래서인지 작가인 안 소피 브라슴은 인간의 몸, 인간의 체취, 기타등등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몸을 보고 일어나는 심리묘사, 몸에 관련된 심리묘사, 기타등등을 읽고 있자면 가끔 거북스럽기도 하다. 보고 싶지 않은 부분(말하자면 추한 부분?)을 집요하게 까발려 내미는 느낌이다. 그런 면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하는 그 행위는, 조아섕이 마리카의 추함을 낱낱이 드러내고 마리카가 조아섕의 추함을 들추어 낸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마지막의 반전은 꽤 괜찮았다. 마리카만이 괴물이 아니라 조아섕 또한 괴물이었음을 드러낸 것. 인간의 추함은 모두에게 있다는 것, 그래서 자신의 추함을 못 보는 대신 남의 추함을 들여다보고자 한다는 것. 어쩌면 저급한 자기위로일 수도 있는 그것을 거부감 들지 않게 눈 앞에 들이밀어 주었다.

  읽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읽고 나니 막 여러가지가 떠오르는 책이다. 주제도, 인물도, 상황도 반전도 묘사도 괜찮은 책이지만, 역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읽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08.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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