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나라의 작가들 - 대화적 관계로 본 문학 이야기
최재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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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친구아들(엄친아), 혹은 엄친딸(엄마친구딸)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적으로 쓰인다. 엄마-친구-아들의 의미는 단어를 분해해서 봤을 때는 알 수 없다. 엄마 친구 아들이 뭐 어쨌다는 거야? 하지만 이 단어는 모두들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경험을 토대로 발생했다. "너 성적이 이게 뭐야! 엄마 친구 아들은 이번 시험에서 백 점 받아왔다더라." "너 엄마 말 그렇게 안 듣고, 어휴. 내 친구 딸은 아주 그렇게 효녀인데 너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엄마의 친구 아들이나 엄마의 친구 딸은 세상에서 좋은 것은 다 가지고 있는 하나의 신비한 생물이다.
 
  이 경험의 핵심에 자리잡은 것이 비교다. 비교를 당해보면 아주 기분이 나쁘다. 하지만 비교는 나쁘기만 할까?
 
  <거울 나라의 작가들>은 작품들을 서로간에 비교하고 있다. 어떤 책을 읽으며 다른 책이 무심결에 떠오른 경험, 그 경험을 체계적으로 확장시켰다고 보면 된다. 두 책, 혹은 세 책을 한번에 늘어놓고 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다.
 
  A가 A'가 되고 A''가 되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더니 한국 문학에서도 흥미로운 공통점을 가진 책들이 많이 발견된다. 그것은 시를 소설로(사평역에서- 사평역) 혹은 소설을 다른 소설로 다시 쓰는 것이기도 하고(김연실전- 신 김연실전), 한국과 프랑스 사이에서 발견되는 놀랍도록 비슷한 모티브이기도 하고(낭만파 남편의 편지-정체성), 한국 문학에서 비슷한 구도를 보이는 세 소설이기도 하고(아우를 위하여-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우상의 눈물), 세대를 이어 내려오는 패러디(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기도 하고, 고전의 신선한 해석(제망매/찬 기 파랑/서유기, 삼국유사-신라의 푸른 길)이기도 하며, 고전에 가하는 비판이기도 하다(허생전-허생전을 배우는 시간-허생의 처, 심청전-달아 달아 밝은 달아-심청).
 
  <거울 나라의 작가들>이라는 제목처럼, 이들은 거울 관계에 있다. 거울은 현실을 똑바로 보여주지 않는다. 오른쪽과 왼쪽을 뒤바꾸어 보여준다. 여기서 드는 이야기들도 공통점이 있지만 결코 같은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니 이것은 비슷비슷한 것이 난립하여 답보상태에 있다고 보기보다는 이러한 공통점이 오히려 문학을 더욱 풍요롭게 해 준다고 생각하는 쪽이 옳은 것 같다. 이런 읽기 방법의 제시는 재미있다. 같은 책이라 해도 독서할 때 어떻게 연결하는가, 어디에 착안하는가에 따라 신선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울 나라의 작가들>은 읽는 내내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나도 한 번 거울 나라의 작가를 찾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러나 깊이의 문제로 가면, 조금 얄팍해지지 않았나 싶다. 다시 말해서 한 작품에 대한 깊이 읽기 이후에 거울 읽기를 하지 않으면 다소 피상적인 읽기가 될 것 같다.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바로 비교에 들어가는 건, 작품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외에 다른 부분은 흐려지게 만들어 고유한 맛을 놓치게 하지 않을까.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모처럼 읽은 재미있는 평론서다. 
  
   


2011.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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