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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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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에서 우러난 진솔한 글쓰기 비법. 수필처럼 가볍게 읽으며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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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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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한다. 수치스러운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그날의 일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또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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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길 (반양장) - 박노해 사진 에세이, 티베트에서 인디아까지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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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만이 희망이다'라고 말한 저자의 삶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과 이야기가 물흐르듯 편안하게 읽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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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지음 / 창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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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작가가 몇 명 있다. 박민규, 한창훈 그리고 천명관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제목이 특이했다. '칠면조'와 '육체노동자'가 뭐 어쨌단 말이지?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제목이다. 하지만 이 단편집을 읽고 첫번째로 느낀 점은 천명관은 역시 장편작가라는 것이다. 타고난 이야기꾼으로서의 자질이 단편보다는 호흡이 긴 장편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집은 천명관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쓴 8편의 단편을 모은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오십대의 이혼남(혹은 별거)이다. 이들은 직장에서 해고되고 가족에게 외면당한 채 떠돌다 동사(凍死)하거나(<봄, 사자의 서), 살인을 저지르고(<칠면조와 육체노동자>) 시체유기에 동참하거나(<핑크>) 방화(전원교향곡>)하는 등 세상과 불화한다.

 

"사내는 취한 눈으로 술집 안을 둘러본다. 업무가 끝난 뒤에 늘 일과처럼 찾던 장소지만 그의 눈엔 모든 게 낯설다. 카운터에서 돈을 받는 여주인의 얼굴도 낯설고 동료들의 얼굴도 낯설다. 회사를 십년 넘게 다니는 동안 언제가 아슬아슬한 기분이었고 언제가 꿈꿨지만 한번도 대열에서 벗어나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왜? 그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그리고 뭐가 잘못된 건지 알고 싶지만 그걸 누구에게물어봐야 할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말없이 소주잔을 든다."(<봄, 사자의 서> 23쪽)

 

1970,80년대를 경제성장의 주역이던 가장들은 하나둘 현역에서 물러나 뒷방 영감으로 전락했다. 목숨 걸고 가정과 사회를 위해 헌신했지만 그들에게 남은 건 무너지지 않는 알량한 자존심과 가족의 무관심뿐이다. 살아온 이유도 살아갈 목표도 찾지 못한 채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이 세상과 결별하는 것뿐이다.

전편을 읽는 동안 내내 우울했다. 장마 속 어두운 터널을 걷는 듯한 느낌. 그래도 맨 마지막에 <우이동의 봄>을 만난 게 다행이랄까. 이 소설은 폐암을 선고받아 시한부를 이미 넘긴 할아버지와 막 제대해 막노동으로 생계를 이어나가는 손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길가에 핀 벚꽃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꽃은 아름다웠고 아름다워서 슬프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것은 가난한 우리가 누리는 가장 저렴한 호사였지만 한창 만개한 벚꽃은 너무 화려해 나에겐 꿈속인 듯 도무지 현실감이 없어 보였다. 우리에게 현실은 옹색한 단칸 셋방이었고, 밤마다 들리는 기침소리였으며 주책없는 중년 부부가 밤마다 살찐 엉덩이를 꿈틀거리며 내는 난잡한 교성이었고, 치정과 불륜, 어깨를아프게 찍어누르는 철근이었다."(<우이동의 봄> 215쪽)

 

전체적인 상황은 하나도 다를 게 없지만 그들 조손은 서로에게 하나씩 진실을 털어놓으며 화해한다. 밀려나고 쫓겨나 중심을 잃은 사람들, 꿈조차 꿀 수 없는 절박한 현실이 작품 속에 가득하다. 8편의 작품을 다 읽고 나니 이상하게 시 한 구절이 생각난다.

"소리없는 아우성"

지긋지긋한 일상이 쌓여 추억이 되듯, 방황하고 좌절하고 분노하며 사는 오늘 하루하루가 쌓여 내 생이 될 것이다. 오십! 무겁고 두려운 나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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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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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뭔가 본 듯하다. 들은 듯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난 기시감에 시달렸다. 분명 이 내용은 어디선가, 언젠가 본 것이다.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 1980년 광주 민주항쟁, 영화 <감기>, 구제역 파동, 신종플루 사건 등등 두서없는 것들이 이리저리 떠오른다. 그 모든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정유정이란 작가의 새로움이다. 문단이나 언론에서 뭐라 하든 내가 읽고 싶은 작가의 작품만 보는 나로서는 작가가 2011년 2013년 올해의 젊은 작가로 선정되었든 어쨌든 그동안 접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28>은 내가 읽은 정유정의 첫 소설이다.

 

정유정의 <28>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 세 가지.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첫째 문체!

간결하다. 명확하다. 속도감있다.

난 현학적인 문체, 길게 늘어지는 문장을 싫어한다. 고로 요상한 아폴로지를 곁들인 긴 문장들은 딱 질색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매력적이다. 접속사도 없이 오로지 짤은 문장들의 배열은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든 강력한 추동력이었다.

둘째 악마로 등장하는 '박동해'라는 인물의 독특함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들은 서재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흔하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서재형은 아이디타로드에 출전한 경험이 있는, 그 때문에 트라우마를 지니게 된 수의사로서 눈여겨볼 만하다. 하지만 중반 이후 그가 선택하게 될 결말이 뻔하게 눈에 보임으로써 독창적인 캐릭터로 나아가지 못한다. '박동해'는 다르다. 철저한 악인.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의 냉혈한이다. 물론 그가 왜 개들을 괴롭히는지 그 이유는 분명치 않다.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치부하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악마인 줄 알았지만 부모까지도 엽기적으로 살해하는 그의 행동과 마주칠 때는 나 또한 오금이 저려왔다. 잔혹하고 끔직한 싸이코패스를 보는 듯했다.

셋째 작가의 성실성이다. 수의학, 구급대, 개썰매까지 발로 뛰고 도서관을 뒤지고 전문가를 만나 공부해야만 쓸 수 있는 내용이 도처에 있었다. 고생깨나 했을 것 같다. 어떤 것은 잘 녹아들었고, 어떤 것은 공부한 내용이 생경하게 도드라졌다. 그럼에도 큰 무리없이 잘 흘러갔다.

 

<28>에 아쉬운 점

첫째 한 편의 꼴라주를 보는 듯하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다. 헌데 한 편이 아니라 여러 편의 특정 부분들을 짜깁기하여 본 듯. <꽃잎>, <26년>, <감기> 등의 영화와 <페스트>, <꽃의 나라> 등의 소설들이 떠오른다.

둘째 시점의 다각화이다. 혹자는 이 부분을 장점으로 거론할지 모르겠으나 내 취향은 아니다. 이렇게 개별 인물들의 속내를 시네마토그라피 형식으로 조명하는 게 난 싫다. 상상력을 가동시킬 수 없으니까.

셋째 등장인물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들 혹은 우연을 가장한 스토리가 어색하다. 기준의 아내와 아이를 우연히 수진 일행을 발견하는 내용도 그렇고, 마지막 장면에 기준과 재형, 링고의 사생결단 현장에 나타난 윤주와 주환도 그렇다. 사실 모든 스토리들은 이렇게 우연을 가장하여야만 사건을 진행시킬 수 있으니 이걸 아쉽다고 투덜거려서는 안 되겠지만, 암튼 난 그렇다.

넷째 등장인물들의 묘사가 부족하다. 사건에 빠르게 전개되다 보니 재형, 윤주가 어떤 눈과 코를 가졌는지, 마른 체격인지 뚱뚱한지 알 수 없다. 영화 같은 소설이건만 대체 주인공역에 어떤 연예인을 대입시켜야 할지 끝까지 난감했다.

 

28일간 '화양'(난 여기서 왜 영화 <화양연화>가 떠올랐을까. 생각이 많아 탈이다.)에서 일어난 한편의 스릴러. 휴머니즘, 재미있는 소설이다. 헌데 액션과 재난을 합친 상업영화 한 편 보고 나온 듯한 이 허탈함은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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