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놀라운 사건들이 가득할 거라는 사실을 의심치 않았고, 자신에게 인생을 하나의 특별한 서사로 만들 의무가 있다고 믿었다.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 안의 고독은 눈처럼 소리 없이 쌓였다.처음엔 곧 녹을 수 있을 듯 얇은 막으로. 하지만 이내 허리까지 차오를 정도로 두텁고 단단한 층을 이루었겠지. 그렇지만, 나는 가까스로 생긴 친구들 눈에 지나치게 심각하고 유머 감각이 없는 전형적인 아시아 여자애로 보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느라, 할머니가 막 생리를 시작한 나에게 생리대를 사주기 위해 슈퍼에 갔지만 탐폰들만 잔뜩 늘어선 진열장 앞에서 그것들이 무엇인지 몰라 망연자실하게 서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긴긴 하루를 견디다 지루해지면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일부러 일본 식품점에가지만 일본인 주인과 유창하게 의사소통할 때마다 자긍심과 수치심을 동시에 느꼈다는 사실 역시 미처 알지 못했다.
할머니처럼 검버섯이 피어 있지만 한국 남자의 것과 달리 은빛 털로 뒤덮여 있는 그의 팔을 바라보는데, 브뤼니에 씨를 할머니는 영원히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사실이, 그 역시 할머니에 대해서 끝내 알지 못하리라는 사실이 실감났고 그러자 놀랍게도 가슴 안쪽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그것은 전부 타인의 아픔에 관한 일이다.
48.우리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그것은 전부 타인의 아픔에 관한 일이다.
그러나 혹시 - 스스로를 위안하기 위해 이렇게 생각해본다 (인생에서처럼) 책을 읽을 때에도 인생 항로의 변경이나 돌연한 변화가 그리 멀리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그보다 독서는 서서히 스며드는 활동일 수도 있다. 의식 깊이 빨려 들긴 하지만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용해되기 때문에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내 말을 이해하고 안 하고는 여기 까지 나를 좇아온 미지의 독자, 그대에게 적잖이 달려 있다. 그대가 하려고만 든다면 나를 이해하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
질문이 무엇이었더라? 아 그렇지, 어떤 책이 내게 감명을주고, 인상에 남아 마음 깊이 아로새겨지고, 송두리째 뒤흔들어 <인생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거나>, <지금까지의 생활을 뒤바꾸어 놓았는가 하는 것이었지.
곧 나는 좋은 책을, 그것도 아주 썩 좋은 것을 집었다고 깨닫는다. 그것은 완벽한 문장과 지극히 명확한 사고의 흐름으로 짜여 있다.
그 순간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비탄이 나를 사로잡는다. 문학의 건망증, 문학적으로 기억력이 완전히 감퇴하는 고질병이 다시 도진 것이다. 그러자 깨달으려는 모든 노력, 아니 모든 노력 그 자체가 헛되다는 데서 오는 체념의 파고가 휘몰아친다.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기억의 그림자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면, 도대체 왜 글을 읽는단 말인가? 도대체무엇 때문에 지금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책을 한 번 더 읽는단말인가? 모든 것이 무(無)로 와해되어버린다면, 대관절 무엇 때문에 무슨 일인가를 한단 말인가? 어쨌든 언젠가는 죽는다면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않다는 것을 안다면, 도대체 왜 글을 읽는단 말인가? 도대체무엇 때문에 지금 들고 있는 것과 같은 책을 한 번 더 읽는단말인가? 모든 것이 무(無)로 와해되어버린다면, 대관절 무엇 때문에 무슨 일인가를 한단 말인가? 어쨌든 언젠가는 죽는다면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맞을까.어느 날 알 것 같다가도 정말 모르겠어.다만 나쁜 일들이 닥치면서도기쁜 일들이 함께한다는 것.우리는 늘 누군가를 만나 무언가를 나눈다는 것.세상은 참 신기하고 아름답다.학원을 그만둬서 미안해.방학 끝나면 연락할게.그때 만나면 모두 다 이야기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