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이 말을 들으면서 여러분은 지금 부지런히 도덕의 잣대를 휘두르고 계시겠지요. 아마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버릇이니까요(...)기회만 닿으면 남의 부인이건 남의 귀한 외동딸이건 가리지 않고 성의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여러분들의 그 고귀한 기회균등의정신 앞에서 저는 참으로 보잘것없는 일 하나를 해치운 것에 불과합니다. 저는 그저 대중 앞에서 웃음을 파는 한 남자를 잠시 독차지했을 뿐이고,

아무도 하지 않은 말, 아무나 할 수 없는 말, 나는 그런 미지의 언어를 원한다. 내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은 ‘이 세상에 새로움이란 없다‘는 식의 단언이다. 나는 넓은 생각, 낡은 언어, 낡은 사랑을 혐오한다. 나의 출발점은 그 낡음을 뒤집은 자리에 있다. 장애물이 나와도 나는 그것을 뒤집어 버린다. 세상은 나의 운동장이다. 절대 그늘에 앉아 시간이나 갉아먹으며 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겠다.

영혼을 찍는 카메라가 있다면, 짓눌리고 억압받는 정신을 촬영하고 인화할 수 있는 과학이 있다면, 렌즈를 들이대고 분명히 찍어두어야 할 여성의 깊은 상흔은 일일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찍어야 상처의 증거가 되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억압은 교묘하고 복합적이다.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일상적으로 이해되고, 그리하여 일상의 하나로 무심히 잊히는 사회는 진정 옳지 않다.

하지만 성(性)의 대결이나 성의 우월을 가리기 위해 이 소설이 쓰인 것은 아니다. 이 소설은 말하자면 상처들로 무늬를 이룬 하나의 커다란 사진이다. 함께 들여다보면서, 서로 대립하지 않고, 각자 동등한 자리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데 유용하게 쓰여야 할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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