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세상의 기쁜 말 - 당신을 살아 있게 하는 말은 무엇입니까
정혜윤 지음 / 위고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세탁 일을 하면서 그는 인간의 수많은 얼룩을 지워봤다. 김칫국물, 커피, 기름때, 과일즙, 사인펜, 물감, 땀, 피, 온갖 분비물. 그는 세탁소 주인으로서 필수 법칙 하나를 만들었다. 인간도 옷처럼 때때로 세탁소에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가 택한 자신의 세탁소는 바다였다. 그는 인생에 한 점 바람도 불지 않는 답답한 날이면, 오토바이 뒤에 아내를 태우고 바닷가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너무 욕심이 많은 사람도, 바다에 쓰레기를 그대로 버리고 가는 사람도 좋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아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체로 넋을 잃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볼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그 친구들은 자신을 비울 줄 안다고 느꼈다. 그들 중에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예를 들면 인디언들은 카누를 만들고 열흘 동안 바다에 띄우지 않았다. 이유는 삼나무의 독성이 물고기들에게 좋지 않으니까. 나무를 다루는 일을 많이 하는 막노동꾼인 그는 그런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날은 마음의 얼룩이 지워지고 깨끗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가 지고 있는 무게를 알아요. 제 아내와 저도 서로 상대방이 지고 있는 무게를 압니다. 저는 사람을 보면 항상 그 사람이 지고 있는 무게가 보여요. 제 생각에 사람 사이의 균형과 조화란 게 서로의 무게를 알면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야 둘이 같이 가라앉지 않아요.

연대 / 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일로 알게 된 모든 것을 당신께 알려드릴게요. 온 힘을 다해 당신을 도울게요. 당신은 나보다 덜 슬프도록요.

하쿠나마타타. 이 말을 한 사람이 딸의 뼈를 만진 손으로 찬란한 해바라기를 수놓았다는 것은 잊을 수 없는 일이다. 그는 최악의 상황을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삼을 줄 알았다. 나는 그토록 깊게 슬퍼한 사람이 타인의 행복을 바란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놀란다. 슬픔과 아픔이 경이롭게 변한 말, 하쿠나마타타. 생의 경이가 아니라 생의 경시가 가득한 이 사회에서 조건이 하나 붙으면 이 말은 백 퍼센트 진실에 가까워진다. ‘당신이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면.‘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이 찾아낸 해결책이 좋은 것이면, 그것이 올바른 것이었음이 밝혀질 날을 기다린다. 그렇게 종이 위에 쓴 것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아빠는 아무리 무미건조한 사람도 잘 자란 은행나무를 바라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아버지는 은행의 노란색이 어두운 마음도 환하게 밝혀주는 착한 색이라고 생각했다.

‘꽃이 폈다’도 설레지만 꽃이 만발하다‘는 특별히 아름답다. 문장 자체가 신비롭다. 엄마가 그런 말을 하면 전화기 너머, 만발한 꽃그늘 아래 엄마가 손을 흔들며 서 있는 것만같다. 하여간 꽃은 우리의 말 습관, 우리 사이의 대화마저 바꿔버렸다. 하긴 이렇게 좋은 말을 참아야 하는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그리고 아직도 달을 보는 사람들에게, 아직도 노동은 신성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걸고 싶다.

그때 잠시 땀을 닦으면서 당신을 당신으로 만든 이야기를 들려달라. 당신이 멈추지 않기 위해 필요로 했던 이야기도 들려달라. 두꺼운 고독을 뚫고 나오게 했던 존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달라. 당신의 고유한 기쁨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나는 살아 있는 자의 귀로 듣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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