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지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뭔가 대단한 게 툭하고 튀어나오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이 차이를 만드는 거랍니다.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지, 하지 않는지. 결국 그 차이죠. 손님은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했을 뿐이에요."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 꿈에서는 걷고 뛰고 날수도 있는 저는, 꿈에서 깨어나면 그러지 못합니다. 바다를 누비는 범고래는 땅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는 바다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립니다."
"왜?" 가족들은 금세 레오 주위에 둘러앉았다. 레오는 방석 위에 벌러덩 누워서 짧은 다리를 천장 쪽으로 쭉 뻗고, 꼭 달리기하는 것처럼 박자를 맞춰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입가에 미소까지 띠고 있었다. "꿈에서 뛰어놀고 있나 봐. 이건 진짜 치명적인 귀여움이다." 아들은 호들갑을 떨면서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다리 아파서 많이 뛰지도 못하면서. 이 조그만 것이 얼마나 뛰고 싶었으면, 꿈을 다 꾸고…." 아빠는 갑자기 울컥한 것 같았다. "당신은 레오 키우더니 감수성이 풍부해졌어. 얘네 키울 때는 안그러더니." 엄마가 괜히 핀잔을 줬다. "그러지 말고 우리 지금이라도 산책하러 갈까? 오랜만에 다 같이 동네 한 바퀴 돌고 오자." 조금 전까지 세상모르고 자고 있던 레오는 ‘산책‘ 한 마디에 번쩍 눈을 떴다. 레오는 자고 일어났더니 네 사람 모두 돌아와 있자, 누구한테 먼저 반갑다고 인사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제자리에서 주춤주춤 돌며 털이 반쯤 빠진 꼬리를 열심히 흔들었다.
집 안에는 올해로 12살이 된 노견, 레오가 홀로 곤히 잠들어있었다. 레오는 낮 동안 베란다에 가만히 엎드려서 가족들을 기다렸고, 오래된 인형을 물고 방마다 돌아다니며 오늘의 산책을 대신했다. 해가 지고 사방이 캄캄해지자 자동 센서가 탑재된 미등이 켜지긴했지만, 여전히 적막한 집에서 레오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자는 것뿐이었다. 다행히 나이가 들수록 졸음은 잘도 쏟아졌다. 레오는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었고, 마침 애니모라 반쵸의 꿈을 꾸는 참이었다. 반쵸가 ‘산책하는 꿈‘을 준 덕분에 레오는 꿈속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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