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 전생을 기억한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언젠가부터그런 생각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서른 이전의 기억중 상당 부분은 흐릿하게 남아 있다. 때로는 어딘가에서 본내용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만 같다. 그것도 영화로 치자면 흥미진진하게 관람한 작품이 아니라 별점 두 개 반쯤에 해당하는 작품을 떠올리는 듯한 감각이다. 대략의 줄거리를 말할 수 있고 인상에 남는 몇몇 장면과 대사를 읊을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배경은 휘발된 상태인 것이다. 그러다 함께 본사람이 "이런 장면이 있었잖아" 하고 말하면 "아, 그래, 그랬던것도 같아" 라고 더듬어보는 수준이다.

어릴 때는 어른이 되면 자연히 주사에 대한 공포가 사그라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서른을 넘긴 지금도 주사를 맞는 것은 여전히 무섭다. 그나마 어렸을 때는 최소한 행선지를 모른 채 병원 앞에 당도한 뒤에야 공포를 느꼈다면, 지금은 병원으로 향하기 전부터 언젠가는 가야 한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쌓이고 비용도 스스로 부담해야 하니 상황은 더 나빠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히 쉽고 편해지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다.

"엄마, 평소엔 말이 씨가 된다며. 보는 사람이 지치니까 그만하라는 그런 말이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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