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녹비단은 그해 겨울이 오기 전에 잎이 누렇게 뜨면서 말라버렸다. 햇빛과 물을 싫어하는 줄도 모르고 풍족하게 먹여줬기 때문이다. 엄마의 어리바리한 양육방식을 그때 알아봤어야 했다.
담임선생님이 수업료 때문이면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어. 너는 글솜씨가 좋다고, 글만 잘 써도대학에 갈 수 있다고, 나를 계속 타일렀어. 엄마 전화번호를 물어보길래 그냥 솔직히 말했어. 엄마가 사라졌다고, 벌써 일년이 다 되어간다고.
홍시를 오천원어치 샀다. 나도 돈을 버니까 홍시 정도는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비닐봉지에 담긴 홍시가 묵직하다. 말랑말랑 온기도 느껴진다. 방금 깨어난 생명체를 손에 넣은 기분이다.
"엄마는 홍시가 왜 그렇게 맛있어?" "홍시를 먹다가 죽을 뻔한 적이 있어서." "씨가 목에 걸려서?" "아니, 웃겨서. 내가 이래 봬도 꽃다운 시절이 있었거든. 달빛이 환한 겨울에, 그때가 동지였어. 우리 엄마가 만들어준 팥죽을 먹고 나오던 참이라 생생히 기억해. 어떤 남자가 홍시를 들고 우리 집 앞에 서 있는 거야.
양보가 자전거에 올라탔다. 치킨홍도 짐받이에 몸을 싣는다. 양보가 "출발!" 하면서 휘파람을 길게 분다. 그 새된 소리가 마치 마라톤의 출발을 알리는 총소리 같다. 남매가 마치 날개를 펴는 것처럼 한쪽 팔을 들어 흔들면서 도심 속으로 날아갔다.
"길러지는 것은 아무리 덩치가 커도 볼품이 없대요. 그러면서 자기는 아무도 자기를 기르지 못하게 하겠대요. 자기 혼자 자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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