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세계 전부가 나를 조롱하며 침을 뱉는 듯 크라이슬러의 앞유리에 뭉클뭉클 몸을 으깨던 물기 많은 눈송이들에 대해서.

성스러움이란 뭘까, 가끔 생각해.
이 세계에 없는 것…… 우묵하게 파이고 구멍 뚫린 윤곽으로만 가까스로 모습을 드러내는 어떤 것 아닐까. 장님처럼 우린 그 가장자리를 더듬으면서 걸어가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인파에 떠밀려 지하철을 탈 때, 혼잡한 환승 구간을 어깨로 헤치며 나아갈 때, 매표구 앞에서 길고 무질서한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릴 때 난 성스러움을 느껴. 인간을 믿을 수 없어질 때, 흉폭한 모서리가 가슴을 찢고 튀어나올 때 성스러움을 느껴. 차가운 장판 바닥에, 씻지도 않고 코트도 안 벗고 웅크리고 누워서 내 안의 마모된 부분을 들여다볼 때, 영원히 망가졌거나 부서져버린 그것들을 들여다볼 때 성스러움을 느껴. 어떤 종교 서적에서도 아니고, 신앙 회합의 자리에서도 아니고, 예배당도 고적한 기도처도 아니고…..… 너덜너덜 찢어진 이 삶가운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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