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과거처럼 매끄럽게 흘러가지 않고 풀처럼 걸쭉해져서 반죽기 안에 든 노란색 크림처럼 우리 주변을 맴도는 것 같았다.

"나는 리나 아버지에게 맞서지 못했고, 그때만 해도 돈이 없었거든. 리나도 너처럼 될 수 있었는데. 그런데 너무 빨리 결혼을 해버렸어. 이젠 너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 거야. 돌이킬 수 없게 됐지. 우리네 삶이란 우리를 제멋대로 이끄는 법이니까."

나는 일화와 니노를 통나는 타인의 요구에 복종하는 존재였다. 나는 릴라와 니노를 통해서만 의미를 얻는 드러나지 않는 존재였다.

위험으로 가득한 이 세상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이들은 삶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평생을 구석에 처박혀 인생을 낭비하게 된다.

릴라에게 사랑은 상대방이 자기를 원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쟁취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릴라는 니노를 가질 자격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해변과 바다, 온갖 형상의 짐승 무리와 함께 전 우주적 두려움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미세한 입자일 뿐이고 이 미세한 입자를 통과하는 모든 것은 그제야 스스로의 두려움을 자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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