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간의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 뇌의 규칙을 가장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은 신경과학이지만 우리의 정신적인 삶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나는 모든 이가 언젠가는 마주치기 마련인, 삶과 죽음과 의미가 서로 교차하는 문제들은 대개 의학적상황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레지던트 생활 속에서 다른 무언가가 서서히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두부외상 환자들을 끊임없이 접하다 보니, 생사의 순간에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빛에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 순간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되는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태양을 직접 응시하며 천문학을 배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나는 환자의 뇌를 수술하기 전에 먼저 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정체성, 가치관, 무엇이 그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지, 또 얼마나 망가져야 삶을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지. 수술에 성공하려는 헌신적인 노력에는 큰 대가가 따랐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실패는 참기 힘든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오늘은 이 모든 게 가치 있어 보이는 첫날이야. 아니, 더 분명하게 말하자면, 아이들을 위해서 무슨 일이든 견뎌내며 여기까지 왔는데, 오늘은 그 모든 고통이 가치 있어 보이는 최초의 날이야."
환자는 의사에게 떠밀려 지옥을 경험하지만, 정작 그렇게 조치한 의사는 그 지옥을 거의 알지 못한다.

결국 우리 각자는 커다란 그림의 일부만 볼 수 있을뿐이다. 의사가 한 조각, 환자가 다른 조각, 기술자가 세번째, [...] 인류의 지식은 한 사람 안에 담을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 맺는 관계와 세상과 맺는 관계에서 생성되며,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그냥 충분히 비극적이고,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 독자들은 잠깐 내 입장이 되어보고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거야. 그런 처지가 되면 이런 기분이구나……. 조만간 나도 저런 입장이 되겠지. 내 목표는 바로 그 정도라고 생각해. 죽음을 선정적으로 그리려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기라고 훈계하려는 것도 아니야.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 이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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