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다인 사람들은 일어난 일을 그냥 받아들인다고 했다. 재앙을 좋아하거나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서는 아니고, 이번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다음 생이 있고, 다음 생에서도 안 풀리면 그다음 생이 있다고 믿기 때문에. 행운을 누리는 시기와 불운에 시달리는 시기가 번갈아 나타나는 게 당연하니 모든 것을 그저 운수와 운명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다음에도 새로 태어나라. 유준이 중얼거렸다. 축복의 말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또다시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인생에 속아 넘어갔다는 기분이 들었고 이것이야말로 누구의 잘못인가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개는 안 짖었답니까?"
"개요?"
관리인이 또 뜬금없이 군다는 듯 지명을 쳐다보았다.
"단지에 개가 이렇게 많은데…..."
"이렇게 많은 건 아니고요. 여섯 마리죠."
관리인이 정정했다.
"여섯 마리나 되는데 한 마리도 짖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지 않습니까?"

"어느 비행 물체가 비행 중에 시속 150킬로미터에 달하 는 물체에 맞을 확률은 2백억분의 1이랍니다. 상식적으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명백히 그런 일이일어나요.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어요."
"무슨 소리예요? 이 일이 그렇다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는 겁니다."

남편과 나는 여름 내내 함께 지내야 한다. 이수가 집에 머무는 시간도 늘 것이다. 우리는 타는 듯한 더위 속에서 가급적 마주치지 않으려고 공간을 나누고 시간을 조절하며 소소하게 서로를 배척할 것이다.

우리가 이수를 낳았다는 것이 그 애가 우리를 이해한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걸 나는 자주 잊는다.

진에게 호프집 입구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상자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가면서 유는 술에 취했다 싶으면 하는 일, 같은 숫자가 계속 반복되는 대리운전 번호를 속으로 외웠다. 그러면 세상이 단순해졌고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면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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