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생님께 궁금했던 건 이런 거야. 어쩜 그렇게 재밌고 탁월한 소설을 그렇게나 많이 쓸 수 있었을까. 소설을 쓸 수 없던 사람이 소설을 완성한 사람이 되는 것. 굉장한 변화라고 생각하거든. 어쩌면 진화일지도 모르겠어.
어쨌든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경험하는 특수한 과거와현재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 이들은 끊임없이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고통스러운 현재를 견디는 것 같아. 뼛속까 지 불행하지는 않을 수 있는 힘은 남과 나 모두를 거리를두고 보는 시선에서 나온 걸지도 몰라.
나도 보았어. 에스엔에스 속 노란 리본과 유가족 인터뷰와 사진과 기사. 벚꽃나무 꽃을 다 쥐어뜯고 싶었다던부모들의 말과, 5년째 반복되고 있을 그들의 4월을 핸드폰 화면을 통해 읽었어. 봄이 돌아오는 게 그렇게 미웠다. 고, 그들 중 누군가가 말했어.
1. 복희의 말을 들으면 외로움과 충만함이 깻잎 한 장 차 이처럼 느껴져요. 양의 말을 들으면 외로움이 얼마나 불가 능한지 알게 되고요. 우리는 아무리 애를 써도 진짜로는외롭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좋든 싫든 너무 많은 존재와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책임감과 용기가 자주 외로움을 앞서니까요. 나와 함께 비건이 된 당신들에게, 존 버거의 엄마가 했다는 말을 바치고 싶어요.
어제의 월요일에는 제가 너무 못났던 것 같습니다. 온통 나를 알아달라는 마음으로 가득했던 하루 같아서요. 잘한 일이라고는 동물을 죽여서 얻은 것을 먹지 않은 것뿐인 그런 하루요. 어떤 하루는 그것만으로도 괜찮을 수 있을까 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오늘은 더 잘해보고 싶습니다.
창작 노동은 다른 일에 비해 돈 얘기를 애매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작가나 예술가로 불릴수록 더 그랬다. 지면을 주는 이들에게 내 일은 연재 노동이라고 강조하기 시작했다. 다른 일보다 더 고귀하지도 더 천하지도 않으며 여느 노동처럼 시간과 몸과 마음을 내어서 하는 일이라고, 그렇게 말해야 구체적인 돈 얘기가 오고갔다. 원고료 명시를 생략한 매체의 원고 청탁서에는 지치지 않고 매번 날 선 답장을 보냈다. 그래야 나와 동료들이 더 나아진 합의 위에서 계속 일할 테니 말이다. 이 용기는 내가 낸 것일 뿐 아니라 오십 년 전의 전태일과 친구들을 거쳐 온 것이기도 하다.
"살면서 나는 알게 되었어. 그는 자신을 참 사랑하는 사람이었구나. 그 눈으로 남을 볼 줄도 아는 사람이었구나. 마치 자기를 보듯이, 남을 나처럼 여기니까 고민에 빠졌던 거야. 어떻게 해야 나 같은 남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을까를 고민했던 거야.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잖아."
천재가 되어야 한다면 나는 ‘다시‘의 천재가 되고 싶다. 정혜윤 작가가 쓴 문장들 때문이다. 무의미와 허무와 자포자기에 빠지기 쉬운 우리에게 신이 준 은총이 하나 있다며그는 이렇게 적었다. "그건 바로 ‘사랑을 알아보는 힘‘ 이야. 우리의 멋진 친구 심보선이라면 사랑을 다시 알아봄‘이라고 표현할 것같아. 우리가 미래를 사랑하기 시작했단 것은 뭔가를, 특히 사랑할 만한 것을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말과도 같 아. 물론 자기 자신까지도 포함해서. 무릇 다시 시작하려는 자는 자기 자신도 다시 알아볼 수 있어야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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