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로 날아오는 시선들을 되받아치면서, 김순영을 보면서, 송인화는 이제 보건소 여직원 정기 모임에는 안 나오게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 때문에 매일 얼굴을 봐야 하는 김순영과 서먹해진다 해도,
무언가를 참는 대가로 얻었던 화기애애함과 편안함 대신 불편함이 찾 아온다고 해도 이제는 어쩔 수 없는 때가 온 것인지도 몰랐다.

"세상은 이런데 마음 기댈 데가 없잖아요. 누가 ‘나만 믿어‘ 하고확 끌어주면 눈물날 것 같아요."

그날 서상화가 아빠의 얼굴에서 본 것은 멸시받는 게 만성이 된 사람의 표정이었다. 누군가가 일터에서 매일매일 오랜 세월에 걸쳐 인격적 모독을 당한다는 것. 그게 내 가족이라는 것. 그 사실이 사람의마음을 얼마나 휘저어놓는지를 서상화는 뭐가 뭔지 모르는 채로 먼저 느껴버렸다.

서상화는 그동안 왜 엄마 얼굴이 생각나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은 오히려 얼굴이 안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다.

인화 누나가 의자를 휙 끌면서 내 모니터 쪽으로 온다. 인화 누나가 재채기를 한다. 조용하게 가라앉은 사무실에서 인화 누나의 재채기 소리가 들리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송인화한테 있는 바이러스를 내가 다 먹어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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