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을 다 쌓고 그다음에는 허전한 마음을 어떻게 하셨대?
그런 걸 어떻게 할 수는 없는 거고,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한 거지. 그러다 보면 이것저것 섞여서 본래 마음에 가까워지는 거지.
본래 마음이 뭔데.
그건…… 바다 같은 거지.

신뢰와 경멸의 배합으로 사람을 어떻게 단련시킬 수 있는지 그곳에서 조금 배웠다.
나는 단련되었던가? 모르겠다. 나는 나빠졌다. 매일 조금씩 나빠지다가 어느 순간 급격히 나빠졌다.

나는 자주 그런식으로 걸었다. 길은 끝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끝이 없으니까, 지쳐 화날 때까지 걷다가 포기하는 사람.

맨눈으로 밤하늘을 볼 때는 별이 거기 있는 것을 전혀 기이하게 여기지 않았는데, 망원경으로 그 실체를 자세히 보면, 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 저런 게 대체 왜 저기 있는가. 나는 왜 여기 있는가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잡다한 생각을 끝없이 하다 보면 결국 허무해졌다. 그건 나쁜 허무가 아니었다. 광활한 허무였다. 나를 160센티미터짜리 인간에서 해방시키는 담대한 허무.

이미 망친 그림에 아무리 덧칠을 해 봤자 더 흉측해질 뿐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 지금 나는 혜지에게 개새끼다. 개새끼에서 시작해야 한다.

진심에는 노력이, 때로는 가장 큰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나의 행복과 안락을 원한다. 그것을 얻으려면 사람답게 살아야 하나? 아닌데, 아닌 것 같은데. 사람답게 살 때 나는 평안이나 위로를 얻을 수 없었다. 걱정과 불안에 휩싸여 살았다. 사람다운 삶이란 걱정과불안에 잠식된 삶인가?

됐다. 하루 이틀 일이냐.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그러려니 해야지. 너처럼 그렇게……..
‘어떻게 그러려니 합니까. 사람 목숨이 달린 일인데.

괜히 일 크게 만들지 말란 말이야. 니 인생이나 잘 살라고.
형님, 내가 지금 내 인생 살지 남의 인생 사는 것처럼 보여요?
남 일에 함부로 간섭 말라는 거야.
이게 어떻게 간섭입니까. 내가 탄 버스에서 벌어진 일 인데.

내 욕망의 크기를 줄이며 살 수는 있었지만 가족이나 연인의 욕망까지 내 사이즈에 맞출 수는 없었다.

우선 우주한테는 네가 미세 먼지인지 몰라도 나한테는 네가 미세 먼지가 아니야. 나도 미세 먼지가 아니다. 그리고 너나 나나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아니고 분 명히 있어. 또 네 말처럼 우리가 아무리 미세 먼지 같은그런 존재라고 해도 나는 우리가 사라지는 게 아쉽고 슬프다.

조는 온 힘을 다해 무언가를 포기하는 사람을, 포기조차 포기해 버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곤 했다.

주로 대단히 혼자인 사람들이 와서 조용히 있다가 가요.

나란 인간 자체는 너무 거칠고 날것으로 볼품없으니 그것을 말이나 글로 가공해야 했는데, 나는 말에 서툴렀다. 말은 피곤했고 가벼웠다. 일단 뱉으면 고칠 수도 없었다. 하여 나는 기록으로 나를 꾸몄고, 꾸며진 나를 기억했다. 본래의 나보다 훨씬 그럴듯한 나를.

희망은 손에 쥐는 게 아니다. 오랜 시간 뭉개지고 절망 하며 형성된 감각의 심지를 한데 뭉쳐 몸속 깊이 심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려면 우선 홀로 그에게가야 한다. 그를 만나야 한다. 만나기 위해 건물과 차와사람 속에 뒤섞여야 한다. 무서워도 사랑해야 한다. 그러다 다시 방을 뛰쳐나와 이른 아침 버스에 홀로 몸을 싣게 되더라도.

나는 여전히 희망을 모르지만 사람을 믿지 않을 수는 없다. 단념 다음에 오는 긴 여백을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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