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사랑할 필요는 없어. 하나도 안 사랑해도 돼." 수미한테 그렇게 말한 건 민웅이었다. 마치 "그 가수 앨범의 모든 트랙을 들을 필요는 없어, 좋아하는 노래만 들어" 정도의 말을 하듯 가볍게 말했다. 민웅이가 아니면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못했을 거다.
내가 왜 바로 섬유 어쩌고 안하고 스튜어디스 했는 줄 알아?" "몰라. 다리가 예뻐서?" 그러자 송이가 예의 쫑긋거리는 얼굴로 웃었다. 그러고 그다음에 한 말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여기가 싫어서."
"그래도 책은 그런 괴물들과 싸우기 위한 무기인데, 그런 채으만드는 회사들이 더 나쁘면 안돼. 그 간극은 참을 수 없어. 이런 식 으로 좋은 사람들이 다 떠나고 싸우던 사람들이 다 지치고 나면,
사람들은 ‘나 언젠가 이순간을 그리워하게 될 거야‘ 하고 일찍 예감한 것 같은 표정들을 지었다. 현재를 살면서 아직 오지 않은 그리움을 먼저 아는 종자들 이 특이하게 느껴졌지만, 내 주변엔 그런 이들이 많았다.
"내 생각에, 인간은 잘못 설계된 것 같아." 주연이가 말했을 때 아무도 ‘왜 또?‘ 하고 반문하지 않았다. "소중한 걸 끊임없이 잃을 수밖에 없는데, 사랑했던 사람들이 계속 죽어나갈 수밖에 없는데, 그걸 이겨내도록 설계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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