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을 지지하는 작가들의 단식에 하루 참여한 적이 있다. 그것도 단식이라고나는 다음 날 아침 복식을 위해 채소와 버섯을 다져 죽을 끓이고, 조개젓에 파 조금 다져 넣고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무쳤다. 뜨거운 죽을 한 숟가락 떠먹고 짭짤한조개정을 꼭꼭 씹어 먹으니 너무 좋아서 눈물이 고였다.
내가 펄펄 살아 있다는 느낌을 그보다 고요히 실감하게해주는 맛은 다시없다. 별당아씨에게 꽃을 따 화전을 부쳐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듯이, 내게도 젓갈을 담가 죽을끓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광화문에서 단식 중이었다. -77쪽

46.
권여선 <오늘 뭐 먹지?>

🖍 소설가 권여선의 음식예찬. 우리내 소박한 계절 밥상 위로 저자의 추억이 곁들여진다. 함께 한 사람들이 음식에 조미료를 친다.

✏️ "제가 먹을 테니 걱정들 마세요."
그리고 자기가 싸 온 도시락에서 김밥 한 덩이를 꺼 내 들고 먹기 시작했다. 남자어른들 보기 민망하게 저게무슨 꼴이냐며 여자어른들은 남몰래 혀를 젓껏 찼지만나는 썰지도 않아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도 없는 숙모의 통김밥이 왜 그리 먹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것 도 딱 그 숙모처럼 양손으로 움켜쥐고 한입씩 크게 잘라 먹는 식으로, 생각해보면 그때 여자어른들은 자기들이 보기 싫으면 보기 싫다 하지 왜 남자어른들 보기 민망하다고 남자들의 눈을 경유해 말했던 것일까. 자기들 도 그렇게 먹고 싶은데 차마 못 그러니까 분해서 그랬던 것일까. -44쪽

✏️ 몇 년 전에 세월호 유가족들의 단식을 지지하는 작가들의 단식에 하루 참여한 적이 있다. 그것도 단식이라고나는 다음 날 아침 복식을 위해 채소와 버섯을 다져 죽을 끓이고, 조개젓에 파 조금 다져 넣고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려 무쳤다. 뜨거운 죽을 한 숟가락 떠먹고 짭짤한 조개정을 꼭꼭 씹어 먹으니 너무 좋아서 눈물이 고였다. 내가 펄펄 살아 있다는 느낌을 그보다 고요히 실감하게 해주는 맛은 다시없다. 별당아씨에게 꽃을 따 화전을 부쳐주고 싶은 사람이 있었듯이, 내게도 젓갈을 담가 죽을 끓여주고 싶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광화문에서 단식 중이었다. -77쪽

✏️요즘 내가 어머니와 조금 다르게 하는 부분이 있다면 양념장에 매운 고추를 듬뿍 다져 넣는 것과 밥상 위에 소주 한 병을 올리는 정도이다. 어머니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셨고 술은 입에 댄 적도 없다. 아버지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셨고 지독한 술꾼이었다. 내가 만든 꼬막조림을 더 좋아하실 게 분명한 아버지는, 그런데지금 안 계시다. -194, 195쪽

내가 이십 대 후반 무렵 겨울에 비록 반지하방이긴 해도 처음 독립해 자취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내 부엌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 방에서의 첫 식사를 아직도 기억한다. 이사를 마치고 피곤한 와중에도 나는 기운을 북돋워 시장에 나가 소고기와 콩나물, 꼬막과 양념거리를사 왔다. 소고기에 콩나물과 대파를 넣어 고깃국을 끓이고 꼬막을 삶아 양념장을 듬뿍 넣어 조렸다. 내 조그만 자취방은 금세 맛난 고기와 조개, 양념 냄새로 가득했다. 훌륭한 만찬에 소주까지 곁들이니 부러울 게 없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드디어 어머니의 집밥의 시대가 끝나고 내 집밥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앞으로 집밥을 좋아하게 될지 싫어하게 될지는 다른누구도 아닌 오직 내 손에 달렸다는 것을. -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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