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중력 증후군 - 제1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윤고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은 모든 것이 이슈화되는 사회이다. 인터넷의 검색어 순위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티비나 뉴스에서 조금이라도 눈길이 가는 문제가 있다 싶으면 언제나 그 순위에 올라와 있다. 이슈가 이슈를 만들고 또한 여론을 만들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갈수록 새로운 걸 찾게 된다. 그것이 설령 범죄사건이라 해도 무방할 것 같아 무섭다는 생각까지 든다. 한동안 떠들썩한 문제에 휩싸여 있다보면 소속감같은 것이 생기게 된다. 홀로 뚝 떨어져있다고 생각해 온 사람들에겐 그러한 소외감을 말끔히 해소시켜주기도 한다. 아마 그래서 우리는 큰 사회현상이 생기면 거기 푹 빠져버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례로 예전에 한창 떠들썩했던 월드컵의 경우를 보면 그러하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이 축구에 빠져 살았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짝짝짝짝짝~ 하는 리듬만 듣게 되도 자연스레 대~한민국이란 말이 나오는 시기였다. 그 때 우리는 축구에 살고 축구에 죽기도 했었다.
이 책에서는 그 대상이 중력이다. 모든 지구인들은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게끔 중력이 작용하기 마련인데 사람들은 왠일인지 그것을 거스르기 시작한다. 그 원인은 바로 달에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단 하나로만 여겨져 왔었는데 그것이 또 하나 생긴 것이다. 그러면서 어느새 그것은 사회현상으로까지 치닫게 되고 그로인해 무중력자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어찌보면 말도 안되는 엉뚱한 종교에 빠져버린 맹신도들 같아 보이지만 그 속엔 진정한 의미가 담겨져 있다. 어릴때부터 줄곧 모범생 코스를 놓치지 않던 형, 소설을 쓰겠다는 일념으로 매진하는 구보, 철저히 가부장적인 아버지, 오로지 집안 살림밖에 모르던 어머니는 이제 달라졌다. 달이 나타난 것은 그들의 변화된 삶을 의미했다. 또한 그것에 대한 희망이었다. 형은 요리사를 택했고 구보는 무중력 판타지아라는 기계를 판매했다. 아버지는 가부장적인 틀을 벗어던지고 점점 가정에 순응되어갔다. 어머니는 무중력 미용실을 열었다. 이 모든 걸 나는 삶에 대한 희망으로 여겼다. 도저히 변할 수 없을 것같던 지리멸렬한 삶들이 활기차고 희망에 넘치는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달이 하나씩 늘어나갈때마다 희망이 샘솟는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삶에 있어서 모든 것이 희망적일 수만은 없듯이 여기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주인공 노시보는 점점 몸이 망가져간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없이 속이 뒤틀렸고 호흡이 가빠지기 일쑤였다. 사람들은 그걸 무중력 증후군이라 했다. 정말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도나도 떠들어대니 꼭 그런 것만 같았다. 어느새 사람들은 또 무중력 증후군에 빠져들게 되었다. 가는 병원마다 증상을 얘기하기만 하면 진찰은 하지도 않고 무중력 증후군이라는 병명을 꺼내놓았다. 또 다시 이슈가 이슈를 만들고 있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없었던 일처럼 되고 만다. 새로운 달도 없었고 무중력이란 것도 없었다. 새로운 것을 바라는 사람들에 의해 세상은 어지럽게만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 소득없는 일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듯 각자의 마음속엔 자신만의 달이 떠올랐다고 본다. 그로인해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으로 연결될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한겨레 문학상을 받았다고 해서 많은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았다. 젊은 작가답게 신선하고 톡톡튀는 문체, 폭소하게끔 만드는 장면장면들이 많았다. 또한 조금만 눈에 띈다 싶으면 바로 이슈로 만들어버리려는 요즘의 세태를 꼬집는 통찰력도 있었다. 앞으로의 작품이 기대가 된다. 또 어떤 내용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줄 지 사못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