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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
김희경 지음 / 푸른숲 / 2009년 5월
평점 :
나는 걷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내게 34일간 카미노를 걸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존경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산티아고' 하면 예전에 읽었던 파울료 코엘료의 '연금술사' 로 관심을 가졌던 곳이다. 수행자의 길, 참회의 길, 깨달음의 길 등으로 불리어져 많은 이들의 발길을 향하게 만든 곳이기도 하다. 그곳을 걸으면 정말 깨달음이 얻어질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금새 수긍이 가기도 한다. 혼자 여행을 해도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며 이것저것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한달이 넘는 시간을 오로지 걷는데 열중한다면 뭔가 깨달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걷는 것이라면 질색을 하는 나도, 한번 그곳으로 떠나보고 싶어졌다. 홀로, 혹은 길에서 만난 어떤 이와 함께 길을 걷는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 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걷는 것은 많은 이들이 산티아고를 찾는 이유 중 하나인 영적 깨달음을 위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남동생의 죽음이라는 절망적인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화살표를 따라 그냥 쭉 걸었다고 한다.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된다. 그녀에게 그 길을 걷는 것은 마음을 달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산티아고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게 되서 좋았다. 산티아고란 지명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그곳이 쿠바의 도시였다는 사실을 몰랐었는데 말이다.
하루에 얼마나 걸으면 그곳에 도착하게 되는 것일까. 그곳을 걷는 사람들이 오로지 목적지만을 바라보며 걷는 것은 아니겠지만...대략 하루에 20킬로미터 정도를 걸으면 산티아고에 도착하게 된다고 한다. 말이 20킬로미터이지 내가 만약 하루에 그 정도를 걷는다면 탈진하고 말 것이다. 날씨라도 서늘하면 좋으련만 수행자의 길이라는 말 답게 쨍쨍 내리쬐는 태양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도 하니... 그럼에도 그곳을 걷는 이들이기에 내 눈엔 정말 대단해보이기만 한다.
책속에는 산티아고를 걸어가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다. 그들이 길고 긴 날 동안 왜 걷는 것인지 무엇을 깨닫기 위한 행동인지를 들어볼 수 있다. 그렇게 산티아고를 걷는데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저자에게는 치유의 길이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혼자였겠지만 나중엔 둘이 되고 셋이 되는 함께 걷는 길이 되었다. 그러니 상처받은 마음도 절로 치유되어 가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 길은 언뜻 보면 우리네 인생과도 닮았다. 세상에 혼자 태어나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 속에서 기쁨도 느끼고 때론 슬픔을 느끼고 살아간다. 산티아고에서도 역시나 그렇다. 혼자이지만 비록 혼자가 아닌 길이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나도 베낭 하나 메고 훌쩍 떠나고 싶어졌다. 꼭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화살표를 따라 걷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걷는 순간 그 길은 내 길이 될 것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함께 친구가 될 수 있으니 그걸로도 행복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