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이스 뜨는 여자
파스칼 레네 지음, 이재형 옮김 / 부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프랑스에서는 이미 유명한 소설로 그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칸 영화제에까지 출품이 되었을 정도로 작품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흔히 영화를 평할때 작품성이 강하다고 하면 으레 드는 생각이 '아..참 따분하겠구나..' 하는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뒤이은 책소개에는 '한남자와 한여자가 만나 사랑을 나누는 연애소설이자 또한 철학소설' 이라고 나와 있다. 철학이라 하면 열어보기도 전에 부담을 느끼는 나이기에 조금은 우려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머리에 스친 건 알랭드보통이었다. 왜 난데없는 보통씨인가 하면... 예전에 읽은 '우리는 사랑일까' 라는 책과 조금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더욱이 연애와 철학을 접목시켰다고 하는점에서 말이다.
내용은 어찌보면 진부하다 할 수 있다. 가난하고 뭣 하나 가진 것 없는 여주인공과 남부러울 것 없이 다 가진 남주인공...어디서 많이 본 설정 아닌가. 그렇다. 티비만 틀면 볼 수 있는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그런 드라마와 다른 점은 가벼움과 대비되는 무거움이랄까. 이 책은 전혀 가볍지 않다. 그래도 연애소설인데 조금 상큼하고 유쾌해도 될텐데 하는 나와의 바램과는 달리 시종일관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직접적이지 않고 빙빙 둘러말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계속 답답하기도 하다. 그러한 주변인들의 설명을 통한 뽐므 이해하기는 나에게 어려움만 안겨주었다.
책을 읽으며 사랑이란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서로가 좋아 만나게 되었고 같은 장소에서 생활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새 시간이 지나자 그 사랑이란 것도 시들해졌다. 좋아하던 모습들이 하나둘 사라지게 되자 그것은 어느새 미움으로 변해버렸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생각난다. 사랑이란 것은 화학작용 중 하나로 우리 몸속에서 그에 대한 반응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한 반응들도 2년이 지나면 끝나버린다는 참으로 비관적인 내용이었다. 뽐므의 사랑을 지켜보자니 한편으론 그 얘기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철학이 가미된 소설이어서 그런건지 빨리 읽히지는 않는다.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이해하기에 조금 난해했다. 고작 내가 느낀 건 사랑에 대한 의미뿐이니 책읽기에 대한 내공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하는 자기반성까지 들었다. 무언가 의미를 찾아야지 하며 읽었던 게 더욱 어렵게 만들었던 것 같다.
요즘 같은 세상에 뽐므같은 여자는 참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사람들 속에서 뽐므는 마치 정물화 같은 이미지이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에게 눈길이 간다. 슬프면서 아름답다고 할까. 영화 '레이스 뜨는 여자' 속 뽐므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책으로는 조금 어렵게 다가왔는데 영화로 풀어낸 또 다른 이야기로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