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은 딸들의 하나님
데이비드 갈런드.다이애너 갈런드 지음, 임금선 옮김 / 도마의길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면서 사람들이 상처 받았다고 느낄 때, 혹은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고난을 당했을 때 입버릇 처럼 내 뱉는 말이 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 

이 책의 표지에는 이러한 심정을 대변하는 아래의 두 가지 질문들이 적혀 있다.

"내가 왜 이런 상처를 받아야 하는 걸까?"

"그때, 하나님은 왜 나를 혼자 두셨을까?"

누구나 세상을 살다보면 힘든 일을 겪게되고 때로는 답답하고, 또 때로는 한 없이 억울하고 가끔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조차 나를 몰라주는 것 만 같아서 군중속의 고독을 느끼며 외로운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래서 인지 이 책의 제목과 표지는 인간의 가장 여리고 나약한 감성 그리고 본질적인 고독과 외로움을 자극한다.

상처입고 찢긴 가슴을 치유하지 못한 체 아픔을 묻어 두거나 온전히 끌어 안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 이제 갖 입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고 보듬어야 할지 그 방법을 몰라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들 .. 그들이 만약 이 책의 표지를 보게된다면, 분명 이 책에서 희망을 찾고 기대고 싶은 마음에 책을 열어 보게 될 것 같다. 

나 역시 너무 오래 전의 일 이어서 그저 잊고 살아가고는 있지만, 가슴 속에서 미처 완벽하게 치유되지 못한 상처의 흔적들이 부유하고 있다. 그저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로 위로하면서 보듬고 방치했던 크고 작은상처들 .. 그리고 점차 시간의 흐름 속에 무뎌진 아픔들 ..  나 역시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가슴 깊은 곳에서 잠자고 있던 이와 같은 완치되지 못한 상처들을 이 책을 통해 치유받길 무의식 중에 간절히 원했던 듯 하다. 

이 책은 한 마디로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을 정도로 절박한 사람들" 혹은 "상처 받은 사람들" 혹은 "가슴에 치유되지 못한 상처와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 속 환부를 도려내고, 치료받고자 9,800원이라는 돈을 선뜻 약 값 처럼 지불하게 만드는 멋진 표지와 추천사를 가지고 있다. 이 9,800원 짜리 약을 구입한 사람들은 이 책이 묘약 처럼 절대적인 치유력을 발휘해 상처를 위로해 주리라 기대할 것이다. 이런 기대감들을 이 책은 마케팅에 잘 활용한 듯 하다. 

하지만 책의 제목과 표지의 정보 그리고 추천사들을 통해 이 책에 대해 처음 가졌던 기대감들은 점차 책을 읽어 나가면서 조금씩 어긋난다. 제목과 내용이 조금은 미스매치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인지 오히려 책의 원제인 "Flawed Families of the Bible by Brazos Press"가 이 책을 더 솔직하고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는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 책은 성경속에서 상처 입은 여러 여인들의 삶을 보여 준다. 전반적으로 책 속에서 소개되고 있는 성경속의 상처입은여인들 대부분은 문제 해결력이 부족한 듯 하다. 이들이 삶을 살아가는 태도나 모습은 때때로 답답하고 한심하기 짝이 없다. 물론 시대 정황상 예수님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이전의 태고적 시대를 살아가던 여인으로서 최선의 선택이었을지 모르지만, 페미니즘이라는 단어 조차 이미 구시대적인 유물 처럼 여겨지는 변화 무쌍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여성의 시각으로 보면 안스럽기 짝이 없었다.  

아마도 작가는 성경 속 비극의 인물들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자신과 같이 고통을 당한 사람들이 나 혼자만은 아님을 일깨워 주고 이를 통해 독자가 위로 받길 원했던 듯 하다.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동일한 상처를 입고서도 아무 말을 하지 못햇던 사람들의 말문을 열게 할 뿐 아니라 그들을 격려하고 치료할 수 있다."

어느 부분 저자의 위와 같은 논리는 약발을 발휘하는 때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지는 못한다. 이 책 속의 여인들이 고난을 당하는 순간 중에 어찌 보면 하나님은 너무도 무심해 보이신다. 그래서 "하나님은 왜 이런 상처를 내게 주시는가?"하는 질문에 답을 얻기 보단 오히려, 이 책도 무심하고 하나님도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은 매우 현실적이다. 자신이 처한 고통과 아픔의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왜냐면 이 책 마저도 때로는 너무 무심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성경의 이야기들을 매우 재밌게 전달한다. 그래서 원제 "Flawed Families of the Bible by Brazos Press"의 관점에서 보면 이 책은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진다. 성경속의 인물들이 이루고 있는 가정 그리고 그 가정에 속한 인물들의 실수나 결함들이 다각도로 분석되어 있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어떤 인물이 처한 고통에 대한 하나님의 치유책은 경우에 따라선 너무나 장기적이다. 그래서 겨우 백년을 살다 가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은 순간을 보지만, 하나님은 영원을 보시기에 이 책을 읽다보면 더 크신 하나님의 시야를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나마 느끼고 헤아려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