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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팩 소녀 제니 1 ㅣ 사계절 1318 문고 73
캐롤라인 B.쿠니 지음, 고수미 옮김 / 사계절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자신이 유괴된 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이 문장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단 하나의 문장에서 벌써 많은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다.
왜 유괴되었을까? 어떻게 아이는 자신이 유괴된 줄도 모르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럼 지금의 부모는 누구일까? 진짜 부모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진짜 부모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파노라마처럼 여러 상상이 펼쳐졌다. 책을 읽기 전부터 많은 상상을 하게 하는, 매우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캐롤라인 B. 쿠니는 책 머리에 이 기발한 소재를 어떻게 찾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공항에 붙여진 '미아 찾기' 포스터에서 십오 년 전 실종된 아이의 사진을 보게 된 그녀는 '세 살 때 사진을 보고 십오 년 뒤의 모습을 알아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다 "뭔가가 뇌리를 탁 쳤"다.
실종된 아이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은 있다는 겁니다. 바로 실종된 아이 자신 말입니다.
작가는 작가다. 남들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포스터들을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니.
*
번역 때문인지, 아니면 이 책의 콘셉이 그런 건지 전체적으로 책은 외화나 미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미국 특유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소설이랄까.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술술 읽히면서도 표현이 매우 정교해서, 읽는 내내 '진짜 10대'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주인공이 나이만 10대지, 전혀 청소년같지 않은 경우의 소설도 꽤 많은데 이 소설은 읽으면서 '작가가 정말 십대를 잘 알고 있고 제대로 표현하고 있구나' 감탄했다.
소재 이야기를 또 해야겠다. 역시 훌륭한 소재라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지울 수 없다. 소재 덕분에 정답을 내릴 수 없는 복잡한 갈등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고, 등장인물들 각각 '자기만의 사정'을 갖게 되다보니 읽으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입장을 찾아야했다. 혼란스러워하는 제이니가 이해 가기도 했다가, 리브의 말대로 답답하기도 했다가, 스프링 부부가 걱정이 되고 제이니한테 화가 나기도 했다. 갈등 속에 여러 인물의 다양한 감정과 생각을 담아낸 점이 매우 좋았다.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스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어떻게 제이니가 유괴된 것이고 그 사실을 모른 채 부모에게 사랑받으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내용이 너무 뜬금없다는 것이다. 마치 추리 소설을 읽다가, 그다지 언급되지 않았고 용의자로 오르지도 않았던 사람이 범인이었소! 하는 느낌이랄까. 맥이 탁 풀린다. 갈등의 뿌리는 전혀 건들지 못한 느낌이랄까. 다소 황당했다. 그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도 아쉬움이 남는다. 소파에 앉아 줄거리 읽듯이 일방적으로 한 인물이 '이렇고 저러해서'라고 말한다니. 리더스 다이제스트를 읽는 느낌이었다. 좀 더 극적으로 풀어갔으면 좋았을 것이다.
캐롤라인 B. 쿠니와 '밀당'을 하는 느낌이다. 자신이 유괴된 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이라는 한 문장으로 내가 책을 읽게 하더니, 1편의 마지막도 2편을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었다.
제이니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 딸이에요. 저예요, 제니."
(p. 259)
*이 후기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