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의 나무와 흐린 날의 나무는 서로 다르다.
날씨는 매일매일 달라진다. 햇살이 눈부시다가 또 흐리다가,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다가 다시 훈풍이 불어오고 어느새 계절이 바뀐다. 아침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거기 변하지 않는 하늘이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나무와 새들에게는 어떤 희망도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희망은달콤하지만, 영원한 세계를 원하는 자들을 늘 배신했다. 나무와 새 들은 영영 맑은 하늘이란 있을 수 없다는 자연적인사실이 있어서 세찬 바람과 축축한 둥지를 견딜 수 있었으리라. 모든 것은 변화하고, 모든 일은 지나간다는 그 자명한사실 덕분에, 나무와 새들은 그 사실로 이뤄진 나날을 그저겪을 뿐이다. 맑은 날에는 맑은 날을, 흐린 날에는 흐린 날을 겪는다.
몰아치는 바람 앞에서도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꼿꼿하게서 있다면, 그건 마음이 병든 나무일 것이다. - P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