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박연준 지음 / 북노마드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눈앞에 있는 것은 겨울 바다 한 장이니까. 바다 위에 글을쓰려면 손가락들의 멀미를 각오해야 한다. 조금 천천히 써야할 것이다.
봄 바다, 여름 바다, 가을 바다가 실컷 뒤척이고 일어서고달리고 사랑하다 몸 벗어놓고 어딘가로 사라졌을 때,
그 벗어놓은 껍질이 겨울 바다다. 저 일렁이는 껍질,
큰 핀셋으로 들어올리려 해도 여간해서는 걷어낼 수 없는커다란 껍질! 시무룩한 표정으로 일렁이는 겨울 바다는얼마나 캄캄한가, 겨울 바다는 껍질로 출렁이는 밤이다.
겨울 바다는 쓸쓸해 보인다. 지난 기억을 품고,
이제 스스로 한껏 늙어 지혜로워진 바다다. 여러 날에 걸쳐견고하게 늙어가는 겨울 바다, 흰 수염에는 태양의 나이테가그려져 있다. 바다는 지금보다 더 추운 날을 견디기 위해잠잠해지기도 하는데, 어쩌면 잠깐씩 죽어 있는지도 모른다.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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