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행복하다는 느낌 에세이&
백수린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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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의미와 넓은 의미에서) 우리 동네의 작은 창들은 어느새 대부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나는 이미 수없이 보았지만 볼 때마다숨을 멎게 만드는 그 풍경에 매혹되어 짙푸른 물감이 점점더 번져가는 동네가 별빛 가득한 우주의 가장자리처럼 보일 때까지 그곳에 서 있었다. 그 우주의 가장자리에서 M이모가 나의 개 봉봉이 살았고, 길고양이 시몬과 장폴이, 나의 이웃들이 살고 있다.
나는 거울 속처럼 고요한 우리 동네 풍경의 아름다움을 조금 더 오래 누리고 싶지만 밤이 다가오고 있는 기척을 느낀다. 밤은 성큼성큼 다가온다. 모든 걸 쓸고 가버릴듯한 커다란 갈퀴를 끌며,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엔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지 않을까? 그것에 대해 생각할 때면 나는 이따금씩 두렵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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