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위한 책인가 싶게 와닿는 제목이에요.많이는 아니고 적당히, 이 적당히 라는 것도 각자마다의 기준치가 있을 것 같아서 들여다보면 다양한 해석이 나오겠지만 '적당한 부족함'은 아이와 엄마를 위해서도 필요하지 않을까 위안이 되었어요.저자는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로 만난 다양한 엄마들의 사례를 이야기해줘요.처음 지은이의 말을 읽고 참 많이 뜨끔하더라구요.요즘 첫째아이에게 화를 심하게 내서 혼내기와 사과를 반복하는 저의 모습에 부모양육태도검사를 신청해놓은 상태라서 더욱 몰입하며 읽게 되었어요.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경우 아이는 엄마의 감정을 살피느라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다고 해요. 엄마의 마음을 걱정하고 엄마가 편안해지는 방향으로 반응하고 노력하는 것은 정서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하니 자신이 왜 혼나는지도 모른 체 그저 제 눈치만 보며 이 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아이의 두려움을 왜 그 순간에는 알아채지 못했을까 하는 반성을 하게 되네요.지은이는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답답함을 견디고 기다려야 하는 시점이 있는데 아이가 빨리 정신을 차리고 엄마의 말을 듣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노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고 이야기해요. 저는 기다리는 건 잘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기다림이 필요한 내 아이에게는 그러지 못한 것 같아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어요.한동안 책장을 덮지 못하고 한참 머물러 있었던 부분이 바로 '적당히 부족한 엄마와 좋지 않은 엄마는 다르다.' 이 부분이었어요.저는 부족했던 게 아니라 좋지 않은 방향으로 아이를 이끌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그렇다고 이렇게 자책만 할게 아니라 지은이는 엄마이기 이전에 한사람으로 성장하자고 이야기합니다.엄마는 아이에게 잠시 자신을 내어준 것으로 사람은 평생에 걸쳐 발달하고 엄마도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구가 아닌 엄마 자신의 발전을 위한 충동이 있으며 이를 통해 엄마도 계속 발달한다고 이야기해줘요.좋은 엄마일지도 모른다는 위안으로 버텨내기에는 육아만 하는 저의 모습이 제 스스로 제게는 버거웠나봐요. 그래서 아홉가지를 잘해내도 아이의 실수하나에 욱하게 되는 건 제 마음의 문제가 더 크지 않나 싶어요.저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거부터 시작해서 조금 더 나은 삶으로 한 발짝씩만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응원해주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괜히 눈물이 찡했어요.요즘 제 마음에 감기가 왔었나 싶었는데 마음 따뜻한 책을 만나서 조금은 위안을 찾았던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