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큰 걸까, 작은 걸까? 국민서관 그림동화 225
도노우치 마호 지음, 김숙 옮김, 다카야나기 유이치 감수 / 국민서관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봤을 때는 수학적 개념인 크다작다를 나타내는 듯해서 수학동화인가 생각했는데 막상 이야기는 아주 비범하더라구요. 수학, 과학에 철학적인 의미까지 담긴 그림책으로 아이뿐 아니라 전 연령대를 아우르고 있어요.

저도 다른 아이들을 봤을 때 '많이 컸구나~'하고 인삿말을 건네는데 그 아이들도 이렇게 '나는 나의 크기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4~5살무렵에 저희 아인 이런 얘길들으면 나는 원래 큰데~하곤 했었거든요.

크다는 건 뭘까?
작다는 건 뭘까?
하고 의문이 생긴 도치는 할머니에게 물어보기로 해요.

자신이 컸는지 물어보는 도치에게 할머니는 "도치는 언제나 도치의 크기지~"하며 아이의 마음을 읽어준답니다.
그리고 때로는 알쏭달쏭하지만 크다 작다는 건 재미있다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도치가 생각하는 큰 동물과 작은 동물을 물어본 할머니는 도치는 생쥐에 견주면 크지. 하지만 고래에 견주면 작아. 도치가 크다 작다 말하는 건 어렵다고 이야기해요. 옆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는 이야기에 도치는 이상하다며 갸우뚱하죠.

마침 지나가는 거미를 보게 된 두 사람.
할머니는 수컷과 암컷의 크기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해줘요.
거미는 암컷이 더 크지만, 물범은 수컷이 더 크다고요.
도치는 큰 게 멋지다 생각하지만 할머니는 작아서 좋은 점도 많다고 두사람의 추억을 꺼내 이야기하니 도치는 그때 진짜 재밌었다고 회상하죠.

재미있는 그림이 나와요.
나비날개를 나르는 개미와 먼 바다의 보트를 비교해보며 원근법을 이야기해주네요.

같은 꽃들이라도 크기가 제각각이고 잎사귀도 마찬가지임을 알려주네요. 동물들의 꼬리들도 큰동물이 작은 꼬리를 가졌을 수 있고 작은 동물이 큰 꼬리를 가졌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줘요.
동물들의 꼬리는 선택을 못하지만 "무엇이든 네가 좋아하는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단 말이지" 하며 모자도 우산도 케이크도 원하는 크기를 골라봅니다.

그리고 할머니는 이제까지 이야기했던 동물들이 모두 다 같은 세계에 살고 있다고 수 많은 별 가운데 여기 지구에 태어난 친구들 같은 존재임을 느끼게 해줘요.

간식시간도 그냥 지나지 않고 깨달음을 주는 할머니.
바나나 같이 생긴 건 안쪽이 커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크기라는 것, 눈에 보이는 크기가 꼭 진짜 크기라고 할 수만은 없다는 걸 알려주네요.
크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보는 겉모습이 꼭 그 실체랑 같다고 할 수 없다는 더깊은 의미를 생각하게 하네요.

이번엔 상상의 시간이에요.
만약에 몸이 아주 커다래진다면?
만약에 몸이 아주 쪼그매진다면?
뭘 하고 싶은지 물어보는 할머니에게 도치도 기발한 생각을 들려주지만 할머니는 정말 엉뚱한 상상을 이야기해주는데 전 이게 너무 좋더라구요.
동심을 갖고 계신 할머니.
아이들과 이런질문을 해보며 이야기 나눠도 좋을 것 같아요.
우리 아이는 무슨 대답을 해줄까요?

이야기를 하는 사이 바나나도 다 먹은 도치에게 할머니는
"작아지면 아쉽지만 커지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그래서 모두가 도치를 보고 '많이 컸네.'하는 건지도 몰라."
라고 얘기해주네요.
왠지 저 말이 따뜻한 위로같이 들려서 책 한권을 읽었을 뿐인데 행복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가 있었어요.

그리고 도치의 이야기.
크다는 건, 작다는 건 재미있어. 그리고 알쏭달쏭하기도 해.
하지만 어떻게 보는가 하는 건 나한테 달려 있어.
그래서 난 역시 나는 나의 크기라고 생각해.

읽는 내내 저는 도치가 부럽기도 하고, 제가 할머니된 모습을 떠올려봤어요.
현명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엉뚱하기도 한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어린 손자와도 대화가 통하는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
몸이 늙는다고 마음까지 그러면 안 되겠다 싶었네요.
그러다가 먼 미래의 손자들이 아니라 지금 내 곁의 아이들에게 그런 엄마가 되자는 생각이 드네요.
고기를 잡아주는 엄마가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알려주는 엄마가 되기 위해 대화를 많이 나누고 멈춰있지 않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다짐해봅니다.

여러가지 지식들과 철학적인 부분들까지 골고루 건드려주는 멋진 그림동화였어요.
아이들도 좋겠지만 부모님들이 읽으면 더 좋을 그런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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