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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 내 안의 구도자
박규현 지음 / 수신제 / 2015년 3월
평점 :
# 1. 본업이 책 읽고 공부하는 것에 가까운지라, 가끔, 아주 가끔 책 추천을 다른 사람에게 하기도 한다. 최근에 강연기획을 하며 인연이 된 멋진 동생에게서 책 추천 부탁을 받았다. 단순히 책 추천이 아니라, 노자 『도덕경』은 누가 쓴 것을 읽는 것이 좋겠냐는 구체적인 질문을 받았다. 책 추천을 받고, 내가 추천할 깜냥은 되는지, 추천을 한다면 어떤 구성으로 추천을 해야 할까 생각이 들었다.
사실 도덕경은 1장부터 막막하다. 도덕경 1장, 첫 구절은 道可道 非常道(도가도 비상도) 名可名 非常名(명가명 비상명)이다. '도를 도라고 부르면 그것은 도가 아니며, 이름을 이름이라 부르면 그것은 이름이 아니다.' 라는 말로 시작한다. 경전의 첫 구절은 그 경전의 성격을 단적으로 들어내는 것이라, 물론 모든 책의 서론에 그 책의 내용이 집약되지만, 지금의 내 수준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도라는 것은 어떠한 비선형적 이치이며, 명이라는 것은 우리가 규정짓는(대부분 언어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어떠한 개념들을 말한다. 우리의 사고는 대부분 직선적인 인지체계를 가지며, 언어개념을 뛰어넘지 못한다. 그렇기에 도를 규정하고, 언어를 규정하고 나눈다. 하지만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에서 말하듯, 어떠한 것도 규정짓는 순간 직선적인 '언어'의 범주에 들어오기에, 나누기 이전의 어떠함을 알 수 없다. 본래의 어떠함을 언어로 조각내버린다. 그렇기에 규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하겠다. 이게 무슨 말이야라는 표정이 보이는 것 같다.^^;;
도덕경이라는 것 자체가 책을 읽는 사람이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가에 따라서 다양하게 읽힐 수 있고, 81장의 장구에서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불편한 자신의 생각을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추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2. 추천 목록은 다음과 같다. 글을 적는 순간 동안 몇 가지 목록을 더 추가했다.
1. 『노자도덕경』, 황병국, 범우사.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이 책을 가장 좋아한다. 이유는 얇다. 별다른 설명도 없다. 도덕경은 불편하고, 묵직하기에 얇은 책을 선호하는데, 나의 수준이 어디까지인가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공부 확인용.
2. 『왕필의 노자주』, 왕필 저/임채우 역, 한길사.
3. 『노자의소』, 성현영 지음/최진석 정지욱 옮김, 소나무
4. 『도덕경』, 오강남 풀이, 현암사.
5. 『사유하는 도덕경』, 김형효, 소나무.
철학은 형이하학에서 형이상학으로 개념으로 본질을 논하며, 반대로 형이상학에서 형이하학으로 본질을 탐구하여 현상으로 이해하는 이학이 있다. 경전의 반열에 오른 책들은 기존의 철학과는 접근법이 다르다. 이학적으로 접근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고, 더불어서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으로 구분 짓는 것이 아니라, 양자를 아우르며 포용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주역주와 노자주를 단 왕필을 눈여겨 봐야한다. 또, 노자의소는 불교적으로 읽을 수 있고, 오강남 교수는 기독교를 기본으로 하여 비교 종교학으로 종교적으로 도덕경 해석을 하고, 김형효 교수는 철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서 좋다.
주석서와 해설서 외 도덕경이라는 책을 읽고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도덕경에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의 책도 추천한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켄 윌버의 무경계를 추천하고 싶다. 헤세와 윌버는 도덕경에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라 사용하는 언어에, 글에 동양적 사고관이 잘 녹아다.
# 3. 도덕경을 처음 접한 것은 언제였을까? 아마도 대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한문학과 수업을 듣는데, 얼굴에 정말 즐겁다는 것이 쓰여 있는 교수님이 계셨다. 교수님은 웃으시면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동양고전 중에 3가지만 읽어보라고 했다. 읽고 자신의 마음 가는 데로 그 책에 쓰인 데로 살아보라고 했다. 그대 권해주셨던 책으로는 논어, 도덕경 그리고 한비자가 있었다. 한비자의 경우는 40대 이전에 잘 벌어서 숨어 살아야한다는 첨언도 있었는데, 아무튼 그렇게 도덕경을 접하고, 더불어 친구 우열이의 권유로 박규현 선생님의 도덕경 세미나를 접하게 되었다. 그 당시 기억이 아니, 느낌이 생생하다.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붙들고, 매번 졸았었고, 불편했었다, 항상 불편했기에 곁에 두었었다. 그렇게 읽다보니 지금은 불편하지는 않다. 부분적으로 이해되면서 어쩌면 지금은 '도덕경'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항상 불편하지만 가까이에 두고 있다.
# 4. 최근까지 나에게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 삶이란 무엇인가? 앎이란 무엇인가? 와 같은 질문을(질문을 직접 던지지는 않으시지만) 던져주셨던 박규현 선생님이 책을 재출간하셨다. 한문학과 교수님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면, 논어, 도덕경, 한비자를 읽고 마음 가는 데로 살아보라고 하셨지만, 나는 앞의 책 중 어떤 것을 읽어야하는지, 그리고 우리의 어떻게 삶이 이어지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모르겠다면, 박규현 선생님의『어린왕자 :내 안의 구도자』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니 감히 권한다.
덧글) 구판을 읽었었다. 신판이 나오는 지금 감상을 적어보았다. 선생님은 구판과 비교해서 책 내용 자체는 변화가 없다고 하시지만, 구판을 읽으면 받았던 '감동'과 '불편함'이 지금은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겠다. 공부工夫가 되었다면 다른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고, 공부가 되지 않았다면 그나름의 의미가 있을 듯하다. 구매해서 신판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