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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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29 ~ 2015.04.01

# 1.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이 담긴『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었다. 다가오는 4월 인문동아리 독서모임에서 읽기 위해서 책 선정을 했었는데, 결국 4월 책으로 선정은 하지 못 했다. 책을 늦게 읽었다기보다, 책을 읽고 나니 도저히 선정 할 수 없었다.

구입은 3월 초에 했는데, 책이 펼쳐지지 않았다. 매일 시선 맞추기를 하다, 3월 말, 책 읽기를 시작했다. 5분을 읽고 잠시 책을 덮어두고, 1시간을 휴식하고, 10분~20분을 읽으면 2시간을 멈추었다. 읽고 쉬고를 반복하다보니, 뭐하는가 싶었다. 그리고 '끝까지 읽겠다.' 마음이 일어났다. 마음을 다잡고 읽어 내려갔다.
유가족의 생생한 말이, 말 아닌 어떠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말을 넘어선 절절함이 머릿속에, 마음속으로 묵직하게 다가왔다. 숨이 가쁘고, 명치가 묵직했다. 아렸다.
책을 다 덮고, 세월호가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이 세월호다. 라는 말이 떠올랐다. 왜? 왜? 왜? 라는 질문에 대한 어떠한 질문도 해결되지 않았고, 현재 진행 중이다. 무엇 하나 시원하지 않다. 가족이, 한 학교가, 한 지역이, 한 나라에서 끊어지는 관계가 너무나 절절하게, 너무나 묵직하게, 너무나 아릿하게 다가왔다. 너무 묵직하고 절절해서 내용이 정리되지도, 정리할 수도 없었다.

# 2. 그 중에 몇 가지 말들 중 옮길 수 있는 말들을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저는 그거 하나예요. 사건의 단추가 어디서부터 끼워졌고 어디서 끝날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잘못한 사람들이 제발 미안해하는 마음이라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미안하다는 말을 듣더라도 우리 가족이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겠지만··· 아, 그래도 미안해하기는 해야죠.

p. 212~213

돌이켜보면 내 삶은 우리 현대사의 급류에 휩쓸려왔고, 그 끝에서 참사의 당사자가 되어 이렇게 길거리에 앉아 있어요. 87년 6월 항쟁부터 거의 30년이 지났는데도 세상은 그때하고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요. 어떻게 이렇게 변한 게 없을 수 있을까 싶어요. 오히려 더 나빠진 거 같아요. 사회의 모순은 더 고착되고 견고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허울만 좋은 민주주의에 국민들이 완전히 속았어요. 참담하죠. 내 딸을 잃고 나서야 그런 생각이 간절해졌어요. 우리가 꼭 진실을 밝힐 거예요. 이 문제를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30년 후에 나 같은 사람이 또 가족을 읽고 이 자리에 앉아 있지 않겠어요?

p. 310~312

내가 서리 페리호 사고를 의경을 하면서 옆에서 지켜본 사람인데... 21년 후 세월호 사건을 겪은 거지. 내가. 그때 우리가 방패를 들고 있으면 유가족들이 와서 때리고... 그러면서도 유가족들 보면 진짜 슬펐어요. 어떤 심정일까 싶은 거지.

21년이 지났는데 사람 구조 하는 면에서 바뀐 게 전혀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그 때 만일 특별법이 제정됐더라면 세월호 참사가 났을까.

p. 274

저희에게 기소권까지 다 줘도 진상규명은 안 된다고 봐요. 이 정권이 무너지기 전에는. 대통령이 '본인 스스로까지 조사해서 문제가 생기면 이 정권을 내놓겠다'는 이야기를 하면 진상규명이 되겠지만, 대통령이 이처럼 성역없이 수사하라고 해도, 국회의원이 세월호특별법 100퍼센트 인정해줘갖고 제가 모든 것을 요구하는 자료를 싹 다 내놓고 묻는 말에 그대로 대답했다고 하더라도 안 밝혀집니다. 왜냐? 정권이, 이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는 순간 이 정권이 무너집니다. 그러니까 절대로 밝힐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가 기록을 중요하게 여기는 겁니다. 다음 세대들에게 자료를 남겨주려면 우리가 할 일은 최대한 밝혀야 하는 거죠.

p. 188

# 3.

전체가 아닌 부분을 발췌하는 것은 분명 흐름을 흐리는 것일 수 있고, 심지어 훼손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옮겨보았다. 몸에 마음에 상처가 나면 딱지가 가라앉기 마련인데, 어떻게든 눈에 보이는 딱지를 계속해서 떼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 눈에 보이는 때어내면 새살이 돋아나겠지만, 동시에 힘으로 떨어진 자리에는 흉터가 남는다. 보이지 않는 흉은 그 크기와 아픔이 커져서 쌓여가기 마련이다.
그 흉터는 시간이 지나면 나무의 나이테와 같이 흔적이 남는다. 그렇게 계속해서 떼어낸다. 깊어지는 마음의 상처는 자리 잡지 못하고, 그렇게 점점 겉으로 드러난다. 아린 어떠한 것이 된다. 떼어낸 흔적이 기록이 되고, 집단무의식으로 자리 잡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무엇이 두려워서 자꾸만 흉터를 때어내는 것일까. 나는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 4. 마지막으로 크리슈나무르티의 말을 인용하면서 글을 갈무리 할까한다.

어른들은 항상 젊은이들을 희생시킵니다. 여러분도 나이가 들면 젊은 세대를 희생시킬건가요? 여러분은 이 희생을 끝내고 싶지 않나요? 그것은 가장 파괴적인 방식이며, 인간 타락의 가장 큰 요소입니다. 이것에 종언을 고하기 위해서 여러분은 스스로 진리를 찾아야 합니다. 어떤 단체나 조직에 의지하지 말고, 살인하지 않는 것, 사랑하는 것, 적의를 갖지 않는 것의 진리성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어떤 말도, 어떤 교활한 합리화도 여러분을 살인하도록 설득하거나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도록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젊은 시절에 이런 문제들을 스스로 느끼고, 진리 발견을 위해 기초를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의 삶, 크리슈나무르티, p. 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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