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일 수 있었다. 증거도 없었고 수진도 요구하지 않았다. 수진이 아는 것이라곤 실제 존재하는 존재하지 않는 남자만이 알고 있는 영화가 하나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는 늘 그것에 대해 떠들어댔다. 무엇을 보든 자신의 것과 비교했다. "적어도 내 작업이 저것보단 더 나아갔어. 알아? 저것보단 더 갔다고!" 그는 늘 더 갔다고 했고 더 갈 수 있었다고 했고 수진은 더 간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역시 묻지 않았다. 가끔 남자는 펑펑 울었다. 그에게는 만들지 못한 영화가 있었다. 아무도 보지 못해 좌절하고 아무도 보지못해 안도하는 그 영화가 내면에서 걷잡을 수 없이 위대해지다가추락하곤 했다.
수진도 K출판사에 투고하기 전까지는 그와 비슷했다. 수년간아무도 보여주지 않은 채 혼자 소설을 썼다. 그러다 결국 고립이그녀를 좀먹기 시작했고 글쓰기를 가르치는 학원을 기웃대게 됐다. 첫 수업 때 강사가 칠판에 적은 말을 소리 내어 읽어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난다. 칠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는 습작생이아니다. 나는 지망생이 아니다. 나는 예비 작가가 아니다. 나는 작가다.‘ 한 명이 질문이 있다고 했다.
"오, 질문, 좋지."
학생은 말했다.
"환불 돼요?"
전액 환불은 되지 않았다. 첫날 치수업료를 제했다. - P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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