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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1년 7월
평점 :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대소설, 미인.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신비한 힘을 지닌 오하쓰, 어리숙해보이나 순수하고 성실한 우쿄노스케 콤비의 두번째 사건 해결이다. 여기에 인간의 말을 할 줄 아는 고양이 데쓰가 가세하여 기묘한 사건을 해결한다.
오하쓰 동네에서 처녀들이 잇달아 사라진다. 이는 '가미카쿠시'라는, 다른 세계로 사람이 사라져 버리는 일을 당한 것이다. 실종 당시에는 모두 피처럼 붉고 기분나쁜 아침노을과 세찬 돌풍이 불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이게 원령의 소행이라 여긴 오하쓰는 우쿄노스케와 오빠 로쿠조 등과 함께 원령을 정체를 밝혀내려고 하고, 그들 앞에 관음보살의 형상을 한 아름다운 요물이 나타나고, 이들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인의 원념이 뭉쳐 이 모든 일을 저지른 것이라 추리한다. 여기에, 고양이 데쓰가 든든한 조력자로서, 이 '천구'라는 잡귀 바람이 처녀들을 납치한 것임을 알려준다.
조사 결과, 마사키라는 절세 미녀가 자신의 아름다움만 믿고 행패를 부리다 불에 타죽은 사실을 밝혀낸다. 마사키는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벗어놓지 못하고, 젊고 아름다운 처녀들 주변에 있는 시샘과 시기, 질투, 욕심 등을 틈 삼아 처녀들에게 접근하여 결국은 그들을 납치해 간다는 걸 알게 된다. 원령의 협박과 위해에도 불구하고 오하쓰는 용기를 내서 원령에게서 처녀들을 되찾아 올 계획을 세우며 마침내 원령과 맞서며 결투를 벌이게 되는데...
미미 여사 특유의 에도 시대의 정감있는 묘사, 당차고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모습들은 여전하다. 여기에 사람 말을 하는 고양이 데쓰라는 신비한 존재까지 나와서, 좀 황당할 수도 있으나 이 이야기 자체가 괴기스럽고 신비한 이야기라 거부감은 없고, 장화신은 고양이 이상으로 귀엽고 정이 가는 캐릭터이다. (계속해서 다른 작품에도 등장했으면 좋겠건만...)
이번 작품에서는 '아름다움'이라는 소재에 대해 다뤘다. 그래선가 선명한 색채적 이미지가 많이 차용되어 글을 더욱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준 것 같았다. 핏빛 아침노을, 흩날리는 벚꽃, 황금빛 관음상, 오색찬란한 천녀의 옷자락, 화려한 무늬의 기모노와 고소데 등등... 이 풍부한 이미지 만으로도 상상력이 부풀어지고 마치 화려한 이미지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여기에 누구나 추구하는 '미,' 특히나 외면적 아름다움에 무한정 가치를 두는 현 시대에 일침을 가하는 소설이기도 했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겉으로 비치는 외견에 있는 것이 아니며, 아름다움과 추함은 대극이 아니라 서로 이웃일 수도 있다는 작가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어여쁜 살가죽만을 추구하는 여자들의 어리석음과 겉모습만 따지려 드는 남자들의 욕심이 빚어낸 것이 바로 이 원령인 것이었다. 이에 반해, 내면의 힘을 지닌 오하쓰와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아는 우쿄노스케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마음 속에 있음을 안다.
끝으로, 역자의 말대로, 원제인 '천구풍(천구바람)' 보다 더 주제와 걸맞게 제목을 '미인'으로 바꾼 게 훨씬 나은 것 같다. 때로는 이렇게 번역이 원작보다 나을 때도 있다, 이럴 때면 번역가들의 역량에 흐뭇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