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까마귀 1
마야 유타카 지음, 하성호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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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동생 '아벨'에게 알 수 없는 질투와 컴플렉스를 갖고 있는 '카인'은 동생이 살해당하기 전에 살았던 외딴 마을 '노도'라는 곳을 찾아가 동생 죽음의 원인을 찾고자 한다.  겨우 찾은 이 마을은, '오카가미'라는 살아있는 신이 지배하는 곳으로, 아벨이 여기서 오카가미를 보좌하는 신관으로 일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을 입구에서 난데없는 까마귀떼들의 공격을 받아 한 중진 가문에 기숙하며 동생의 흔적을 찾아가던 중, 마을에서는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마을 사람들은 외지인인 카인을 의심한다.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자 진짜 살인범도 찾아야 하고, 동생이 죽기 전 머물렀던 마을에서 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단서도 찾아야 하나, 모든 것이 오리무중인 상태에서, 명탐정 메르카토르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메르카토르는 명쾌한 대답 대신, 스스로 답을 찾아내라는 말만 할 뿐이고, 결국 그의 힌트에 힘입어 카인이 찾아낸 진실은, 평온해 보이는 마을의 숨겨진 광기와 폭력 뿐만 아니라, 그가 애써 외면했던 어두운 과거를 마주하게끔 한다.

 

마야 유타카는 독특한 작풍의 작가다.  본격추리 같으면서도 뭔가 다르고 독특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반전의 결말에는 서술트릭도 보이고, 사건해결의 단서가 되는 건 작가 혼자만 끝까지 간직했다는 생각에 조금 언페어한 것 같기도 하고, 명탐정이 등장하면서도 그를 내세우지 않고 주인공 화자를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점도 그렇고. 

 

폐쇄되고 고립된 마을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억압, 광기를 해소하는 그들만의 방식에 소름이 돋고, 더 넓게는 이러한 폭력이 우리 사회에서도 자행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불편하기도 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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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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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가 나오는 시리즈 중, 소위 '오슬로 3부작'이라 일컬어지는 작품 중 중간 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오슬로에서 벌어진 은행강도사건에서 범인은 거액을 훔치는데 성공하나, 불필요해보이는 살인도 감행한다.  바로 인질로 삼았던 은행 여직원 스티네를 권총으로 쏜 것.  해리는 한번 본 사람의 얼굴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베아테 뢴 형사와 함께 팀을 이뤄 이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한편, 옛 애인 안나와 저녁을 먹은 후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 밤을 보내고 온 해리는, 다음날 안나의 자살사건을 접하고, 자신이 안나가 죽던 날 밤에 그녀의 집에 찾아갔음을 안다는 익명의 이메일을 받는다.  충격 속에 그녀가 살해됐음을 의심하며 그녀가 남긴 신발 속 사진을 단서로 사건을 추적해 가는 해리는 안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던 남자를 찾아내고, 그의 알리바이를 캐기 시작한다.  한편 안나의 숙부이자 전설적인 은행강도인 집시 라스콜의 협조를 받아 이 두 사건을 수사해 가는데, 사건은 계속 꼬여만 가고, 여러 용의자를 거쳐 자신에게도 혐의가 씌어지는 지경에 이르는데...  두 개의 관련 없는 사건들이 파괴적인 접점을 갖는 것을 파악한 순간 진실은 밝혀지고, 모든 것은 처음부터 살아갈 의미를 잃은 자들의 복수였던 것이다. 

 

이전 작품들에 비해 훨씬 더 밀도가 촘촘함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고, 작가의 데뷔작인 박쥐에 비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솜씨가 크게 늘었음을 충분히 만낄할 수 있었다.  결말에 이르러서야 대반전인 마냥 밝혀지는 은행강도 사건이 초반에 비교적 쉽게 진실이 파악되는 점은 좀 아쉬웠고, 안나의 죽음이라는 사건은 너무나 꼬고 또 꼬았다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긴박감, 속도감, 촘촘하게 고밀도로 짜여진 사건과 복선들, 각 인물들의 개성과 섬세한 심리묘사 등은 크라임소설과 스릴러소설이라는 장르적 특성을 기꺼이 드러내며 독자를 몰입하게 하며 작품의 수준을 한껏 높이 끌어올린다.  작품 곳곳에 놓여진 작가의 다양하고 해박한 지식 또한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오슬로 3부작의 종결편인 "데블스 스타"의 출간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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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로직 인간의 매직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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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미스터리를 결합하는 작풍의 니시자와 야스히코의 작품.  지금까지 그가 쓴 작품들 중, "일곱번 죽은 남자," "그녀가 죽은 밤"을 읽어봤는데, 이번 작품은 그와도 또 전혀 다른 분위기의 소설이었다.

 

그간 읽었던 작품들을 생각해서 조금은 가벼운 분위기의 추리소설일 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학교를 무대로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다룬 학원호러물 분위기도 나고, 클로즈드 서클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이라는 설정이 본격추리의 면모도 지닌 소설임을 깨닫고 살짝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튼 줄거리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마모루는 외딴 곳에 위치한 학교에서 인종이 다른 서양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으며 생활한다.  이 학교에는 마모루까지 총 6명의 학생이 있고, 그 외 교장선생님과 사감, 영양사만이 있는 단촐한 규모이다.  문제는,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됐는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고, 여기가 어딘지, 여기서 배우는 교과과정의 목적이 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새로운 신입생이 온다는 소식에 아이들은 크게 동요하고, 불길한 분위기는 결국 연쇄살인이라는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범인은 누구이며 동기는 무엇인가, 도대체 여기는 어디이며, 이들은 왜 여기 모여있냐는 의문을 던지며 사건은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마침내 밝혀진 결말은 지금까지의 믿음을 뒤집는 반전을 이루는데...

 

범인을 어렴풋이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작품 초반에 나온 한 등장인물의 판타지적인 발언이었다. (난 현실에서도 이러한 발언들에서 그 작위적인 느낌을 잘도 캐치해 내는 걸까...  부자연스럽고 오글거리고 작위적이라는 것을 거의 본능적으로 직감한다는,,,)  본인이 믿고 싶어하고 남들이 그렇게 믿어주길 바라는 만들어진 허상...  설사 진실과는 정반대일지 언정 모든 이가 믿어버리면 사실이 되어 버리는 걸까...?  작금의 현실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이를 부인하고 진실을 외치려는 사람을 막아서는 지금 이 현실을...  그러나 진실은 변하지 않기에, 이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애써 진실을 부인하고 자신만의 판타지에 갇혀 살며 이 허상을 지키려는 모습은 얼마나 추한지...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되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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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 / 검은숲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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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헤이케 전설 살인사건"에 이은 '전설 살인사건'의 세번째 작품,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일본 전통문화를 소재로 추리소설을 이어가는 작가 우치다 야스오는 이번 작품에서는, '노가쿠'라는 장르를 다룬다.  이 작품에서 처음 접하게 된 '노가쿠'는 소리와 춤이 가미된 일본 전통극인 모양이다.  작품 내내 이 전통극에 대한 일본인들의 대단한 자부심과 존경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 전통을 자랑스러워하고 계승해가려는 그네들의 모습이 부러웠고, 이렇게 전통문화를 소재로 인기있는 추리소설을 써가는 작가가 있다는 점도 부러웠다...

 

줄거리는, 노가쿠 명문가의 후계자인 미즈카미 가즈타카가 '아메후라시'라는 뱀의 탈을 쓰고 '도조지'라는 극을 공연하던 중 독살되고, 한편으론 신주쿠에서 한 남자가 역시 독살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일견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두 사건은, 노가쿠 종가 소유의 '이스즈'라는 부적 방울을 신주쿠에서 독살된 남자가 죽을 당시 손에 들고 있음으로서 서로 연결된다.  연이어 노가쿠 종가인 가즈노리 노인마저 실종되었다가 덴카와 지방의 요시노 산 절벽에서 죽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우연히 덴카와 지방을 여행중이던 아사미 미쓰히코는, 가즈노리의 손녀인 하데미의 요청을 받아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이 두 사건을 잇는 교차점에 한 여인이 있음을 직감(?)하게 된 아사미는 피해자 주변인물을 수사하면서 사건의 진실에 다다르게 된다.

 

오래된 원한과 집착, 욕망, 거기에 무목적성의 연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여러 사람이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줄 이은 비극이 탄생하게 되고, 많은 이가, 노의 가사처럼 '홀로 조용히 사라져가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전설 살인사건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낫다고 여겨지는 작품이다.  과거 역사를 바탕으로 한 노의 극 줄거리와 현실의 사건을 교차시키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점도 좋았다.  아사미의 추리에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없지 않고, 소재와 분위기를 중시하는 탓에 탐정의 카리스마나 빛나는 추리력이 조금 퇴색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일본 전통문화를 소재로, 거부감보다는 흥미를 유발시키는 능력이 오히려 돋보이는 작풍이다.  우리도 이런 추리소설이, 이런 추리소설가가 나온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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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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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라는 캐릭터가 탄생하는 첫 작품이자 요 네스뵈의 데뷔작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순서가 발간 순서와 달라, 시리즈 순서의 처음으로 돌아가 젊은 해리를 만나게 됐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노르웨이 여인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서 먼 이국의 땅으로 파견나오게 된 해리.  호주 경찰들과의 공조 수사를 통해 그녀가 잠시 사귀었던 남자친구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의 알리바이와 동기 등을 밝혀 내려 한다.  이 과정에서 유사한 수법의 연쇄살인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던 중, 함께 파트너로 수사하던 애버리진 출신의 형사와 그의 친구마저 끔찍한 죽음을 당하게 된다.  이들의 죽음을 통해 결국 범인이 누군지 추리 끝에 알아낸 해리는 그를 잡고자 고군분투하고, 호주에서 만나 연인이 된 북구의 여인마저 범인에게 납치를 당하는데... 

 

사실 읽어나가는 내내 들었던 느낌은, 정작 주인공인 해리보다는 다른 등장인물들인 애버리진들의 강렬한 존재감이었다.  해리는 좀 어리버리하고 예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느낌, 다른 등장인물들에게 끌려가는 느낌...  아무래도 아직은 덜익은 수사솜씨에 다소 젊은 그라서 오히려 현실감은 있지만...

그렇지만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죽이고 불구로 만들어놓은 과거 때문에 금주를 한다는 철칙을 깨고 다시금 정신 못차리게 술을 마시며 알콜중독에 빠져드는 건 영 못마땅하다...

 

요 네스뵈는 호주 원주민 애버리진의 문화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 중 애버리진들에게 많은 공을 들이고 그래서 개성있고 강한 존재감의 애버리진 캐릭터들이 즐비하다.  그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고.  사회적 약자들이 품은 슬픔에 매료된다는 그의 말처럼.

 

제목의 '박쥐'는 애버리진에게는 죽음의 상징이란다.  작품의 모티브며 제목, 캐릭터 들이 온전히 애버리진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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