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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ㅣ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김현희 옮김 / 검은숲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헤이케 전설 살인사건"에 이은 '전설 살인사건'의 세번째 작품, "덴카와 전설 살인사건."
일본 전통문화를 소재로 추리소설을 이어가는 작가 우치다 야스오는 이번 작품에서는, '노가쿠'라는 장르를 다룬다. 이 작품에서 처음 접하게 된 '노가쿠'는 소리와 춤이 가미된 일본 전통극인 모양이다. 작품 내내 이 전통극에 대한 일본인들의 대단한 자부심과 존경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고유 전통을 자랑스러워하고 계승해가려는 그네들의 모습이 부러웠고, 이렇게 전통문화를 소재로 인기있는 추리소설을 써가는 작가가 있다는 점도 부러웠다...
줄거리는, 노가쿠 명문가의 후계자인 미즈카미 가즈타카가 '아메후라시'라는 뱀의 탈을 쓰고 '도조지'라는 극을 공연하던 중 독살되고, 한편으론 신주쿠에서 한 남자가 역시 독살되는 사건이 일어나는데, 일견 상관없어 보이는 이 두 사건은, 노가쿠 종가 소유의 '이스즈'라는 부적 방울을 신주쿠에서 독살된 남자가 죽을 당시 손에 들고 있음으로서 서로 연결된다. 연이어 노가쿠 종가인 가즈노리 노인마저 실종되었다가 덴카와 지방의 요시노 산 절벽에서 죽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우연히 덴카와 지방을 여행중이던 아사미 미쓰히코는, 가즈노리의 손녀인 하데미의 요청을 받아 사건을 수사하게 된다. 이 두 사건을 잇는 교차점에 한 여인이 있음을 직감(?)하게 된 아사미는 피해자 주변인물을 수사하면서 사건의 진실에 다다르게 된다.
오래된 원한과 집착, 욕망, 거기에 무목적성의 연심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여러 사람이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줄 이은 비극이 탄생하게 되고, 많은 이가, 노의 가사처럼 '홀로 조용히 사라져가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의 전설 살인사건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낫다고 여겨지는 작품이다. 과거 역사를 바탕으로 한 노의 극 줄거리와 현실의 사건을 교차시키며 묘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는 점도 좋았다. 아사미의 추리에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 없지 않고, 소재와 분위기를 중시하는 탓에 탐정의 카리스마나 빛나는 추리력이 조금 퇴색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일본 전통문화를 소재로, 거부감보다는 흥미를 유발시키는 능력이 오히려 돋보이는 작풍이다. 우리도 이런 추리소설이, 이런 추리소설가가 나온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