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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인재도 ㅣ S & M (사이카와 & 모에) 시리즈 5
모리 히로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모리 히로시의 'S&M' 시리즈 제5탄이다. 가야마 가에 대대로 전해지는 가보, '천지의 표'라는 상자와 '무아의 궤'라는
호리병. 잠겨 있는 상자를 열 수 있는 열쇠는 호리병 속에 들어 있으나 열쇠가 호리병 구멍보다 커서 이를 깨지 않고는 커낼 수가 없는 상황.
당주인 화가 가야먀 후사이가 상자를 잠그고 열쇠를 호리병 안에 넣어 아들인 린스이에게 남기고 밀실 안에서 자살했다고 전해진다. 절대 호리병을
깨지 말 것을 부탁하는 유언과 함께. 우연히 이 두 물건에 대한 얘기를 들은 니시노소노 모에는 가야마 가를 찾아가 이를 구경하는데, 다시금 이
가야마 가에 불길한 일이 닥치게 된다.
언제나 그렇듯 사건을 파헤치고 싶어하는 모에, 그리고 이에 관심없어 하는 사카이 교수를 끌어들여 사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마구 던지며
함께 이를 해결하려 하는, 'S&M' 시리즈의 구성 그대로가 재현된다. 꺼낼 수 없는 열쇠, 열쇠 없이 열리지 않는 상자, 이 두
기묘한 물건을 둘러싼 대를 이은 가야마 가의 비극을, 이 두 사제는 (엄밀히 말해, 사카이 교수는) 어떻게 풀어나가는지가 이 소설의 주된
관점이다.
여느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찰은 무능하고 아무 것도 추리해내지 못하고, 모에는 나름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나 번번이 결함을 드러내는
가설 뿐이고, 끝까지 사건에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던 '고고한' 사카이는 모에에 의해 거의 타의적으로 사건에 관여하게 되고 결국 그 혼자만이
사건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그런 구조인 셈이다. 다소 이 반복되는 구성이 좀 지겹기도 하고 그래서 이젠 그만 읽을까 싶기도 하면서도, 또 막상
신간이 나오면 출판사에서 던지는 줄거리나 배경 설명 문구의 미끼에 걸려 다시 읽게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ㅜ 거기다 이번 편은 특히나,
사카이가 진상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후반 부분이 사실 잘 이해도 안 가고, 그런 상태에서 선문답 같은 소리만 주고 받으며 혼자 깨닫고 혼자
감탄하고 혼자 심각하고 혼자 비장함을 느끼는 부분이 오글거리기까지 했다. 이전 작품에서도 그런 경향이 없지는 않았으나 이번 작품은 더
심하다;;; ('교고쿠 나츠히코'의 "무당거미의 이치" 처음에 나오는 두 사람의 선문답 같은 대화는, 나중에 모든 것이 밝혀진 다음에 아, 그
얘기가 그 얘기였구나! 하며 뒤늦은 깨달음과 놀라움으로 다시금 그 대화를 곱씹으며 읽어가며 이해하는 그런 것과는 너무 다르다...)
거기다, 쟝르소설은 캐릭터의 비중이 꽤 크다고 보는데,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에게는 그다지 매력을 잘 못 느끼겠다. 막대한 유산의 상속녀이며
자기 멋대로의 성향이 강한, 마냥 어린애 같기만 하고 막무가내이다 싶은 모에와, 그녀의 일방적인 애정고백을 뿌리치지도 받아들이지도 않은 채 홀로
고고한(?) 태도를 보이는 사카이 모두 다 별로다.
쓰다보니, 이 작품을 마냥 혹평하기만 한 것 같은데, 그래도 자물쇠와 열쇠의 비밀 부분은 꽤 흥미로웠다. 일견 불가능하게만 보여졌던 이
트릭이 어떻게 해결되는지를 알게 된 게 이 작품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고, 제일 인상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