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런던의 싱글맘 루이즈는 정신과의사의 파트타임 비서일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중 어느날 밤 바에서 데이비드라는 남자를 만나 잠깐이나마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곧이어 직장 상사와 비서로 재회하게 된 두 사람은 이 상황에 무척 당황해하나 서로에게 끌리는 마음을 억누를 수가 없다.  한편 데이비드의 아름다운 안내 아델과 우연히 친구가 되어버린 루이즈, 그녀는 아델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아델의 매력과 친절함에 친한 치구가 되어 버리고, 한편으로는 데이비드와도 불륜의 관계를 이어가며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는다.  그 와중에 이들 부부의 관계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게 되고, 그들 사이에 놓인 비밀이 무엇인지 불안한 의심을 갖게 되는데, 데이비드는 그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려 하고, 아델은 조금씩 자신들 부부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다.  친한 친구의 남편과의 불륜에 대한 자학과 방황 속에서 루이즈는 자신의 야경증을 고치고자 아델이 건네준 책에 따라 꿈을 통제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소설은 20년 전의 아델의 이야기와 현재의 루이즈, 아델의 시점을 오가며, 또한 중간 중간에 아델의 어릴 적 친구 롭의 일기를 통해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고 제각각의 화자를 내세워 격자 무늬로 시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  유부남을 사랑하게 되고 그의 아내와 굳건한 우정을 쌓게 되는 소재의 흥미진진함에 더하여 이러한 구성이 이야기를 더 긴박감있게 이끌어간다.  처음에는 요즘 많이 읽게 된 학대하는 남편에 대한 여자의 복수극 정도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이젠 정말 좀 질렸다...),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오히려 여자쪽인 아델에게 문제가 있음은 금방 파악이 됐지만 도대체 그 문제가 뭔지가 드러나지가 않고 작가 혼자 아는 채로 질질 끄는 면이 없지 않아 좀 불공평하고 답답한 채로 중반을 넘기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도 이러한 기묘한 상황에 놓인 루이즈의 복잡한 심리상태가 세심하게 그려져서 가독성있게 읽혀나갔다.  고민하는 루이즈, 음모를 꾸미는 아델의 생생한 심리묘사 및 뚜렷한 캐릭터묘사에 비해, 또하나의 축인 데이비드는 너무 밋밋하게 그려진 점은 좀 아쉽다.  모든걸 침묵과 회피로만 일관하려는 것이 그의 캐릭터인지는 모르겠으나 강렬한 두 여자 캐릭터에 비해 존재감이 약한 건 사실이고, 그의 캐릭터가 좀 더 강렬하게 묘사되고 존재감을 좀 더 드러냈다면 작품 전체가 훨씬 더 팽팽하게 긴장감을 줄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러한 배치 또한 작가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결말은 판타지적 요소로 가득찼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강렬하고 놀랍다.  이 디스토피아적인 결말을 어쩔 것인가...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계속해서 뇌리에 남아있는 반전이다.  허무맹랑하고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강렬함과 놀라움은 분명하다.  예전에 제니퍼 로페즈가 나온 "더 셀"이라는 영화도 생각나고, 다소 SF적인 결말에, 논리성이 결여된 판타지적인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도 이 작품이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계속 생각나게 하는 흡인력있는 작품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을 듯 하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또 어떤 놀라움을 줄까 하는 궁금증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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