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미나토 가나에) - 어디에도 없는 곳이 유토피아야

유토피아
미나토 가나에 지음, 현정수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9월

'이야 미스'로 유명한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이라 그래서 허겁지겁 읽었다.  이번엔 또 어떤 '불쾌한데 끌리는' 이야기를 썼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좀 많이 아쉬웠다.

이번 작품은 이전과는 달리, 악의가 아닌 선의가 뒤틀리거나 실패인 경우 더 힘든 결과가 기다릴 수도 있다는 전제 하에 쓰여진 작품이라는데, 작품 속에서 보여지는 선의, 또 그것이 굴절되어 가는 과정은 어느 사회 어느 시대 어느 사람들에게나 생기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이는지라 좀 김이 빠지고 시시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일본인 특유의 지나치게 섬세하고 소심하고 미묘한 감정들이 오가며 일상적인 사건들이 이어지는데, 각자의 입장과 기분, 이해관계에 따라 조금씩 관계가 삐그덕거리기 시작한다.  거기에 과거의 살인사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며 현재의 평범한 마을 사람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고, 이곳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잡은 외지인 예술가들과 기존의 마을 토박이들 사이에도 알 수 없는 괴리가 생긴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은 그냥 평범, 일상,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뭔가 특별한 일인 양 전개되어 가는 게 결국 작품이 그다지 와닿지 않게 하는 이유가 됐던 것 같다.

간단한 줄거리는, 다리가 불편한 초등생 딸 쿠미카를 둔 토박이 주민 나나코, 도시에서 이사해와 딸 사야코를 키우며 다소 여유롭게 사는 미쓰키, 그리고 새롭게 이사를 와 예술인 마을에 자리잡은 도예가 스미레가, 마을 행사를 준비하며 알게 되고, 이후 아픈 쿠미카를 항상 돌봐주는 사야키의 이야기를 접한 스미레가 작품을 팔아 만든 수익금을 기부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세 사람은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나 이후 각자의 사정에 따라 세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어긋나고 마을 사람들과 예술인들 사이에서도 감정이 생기고, 그러던 차, 과거의 살인범이 돌아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는 가운데 커다란 사건이 생긴다.  이후 반전으로 밝혀지는 사건의 결말 또한 좀 어이가 없고 명확하지 않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래저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고, 가나에의 다음 작품은 이전으로 돌아가 있기를 바래본다.